[본 기사는 03월 21일(09:00)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금호고속이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사들의 제안 사항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그룹 차원의 재무개선이 시급한 만큼 금호고속이 연내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고속은 전날까지 '상장에 대한 검토 의견서(가칭)'를 접수받았다. 앞서 대신증권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네 곳에 상장 가능성을 의뢰한 바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 차원에서 지주사 상장이 가능한지 확인하려는 절차"라며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호고속은 금호홀딩스,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이 합병하며 설립된 비상장사다.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지배구조 최정점에 위치해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연결돼있다.
금호고속의 최대 주주는 지분 31.1%를 보유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도 2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만 50%가 넘는 셈이다. 그 밖에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죽호학원도 주주에 등재돼있다.
금호고속은 상장 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해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IB 측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서울 광화문 그룹 사옥을 매각하는 한편 계열사인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의 상장 작업도 마쳤다. 1조원을 상회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차입금을 갚기 위해서였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구주매출로 오너 일가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IPO의 핵심 목표"라며 "시장참여자들에게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로 약속한 만큼 상장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상장 가능성을 검토한 IB들은 고심하는 분위기다. 금호고속이 거느린 회사들의 성장성이 낮아 밸류에이션을 높게 책정하기 어려운 탓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주가수익비율(PER) 대신 EV/EBITDA 배수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도 했다. 지난달 금호고속이 200억원어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할 당시,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3300억원 정도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10월 박삼구 회장이 금호고속 지분을 추가 매입했을 때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금호고속의 2017년 매출액은 1조7017억원, 영업이익은 277억원, 당기순이익은 1292억원이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를 고려했을 때 기관투자자들에게 세일즈하기 매력적인 기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