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정`과 10년 넘게 거래했지만 빚만 남은 협력사 사연은
입력 2019-03-14 14:34  | 수정 2019-03-14 18:18

'인디언' 브랜드로 잘 알려진 패션업체 세정이 지난 10년간 동고동락한 협력업체와 대금 지급과 관련해 법적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하청업체에 불합리한 하도급계약을 종용하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협박하며 일을 부려왔다는 것이 협력사 측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채무 변제를 법인인 협력사에 강요한 것 등을 두고 세정과 입장 차이가 커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정에 티셔츠 등을 납품했던 협력사 '현진어패럴'은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세정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관해 신고했다. 세정에 올리비아로렌, 앤썸, 데일리스트 의류를 납품한 대금의 10~20%를 매달 및 매건 부당하게 세정 측이 떼어간 후 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무려 11년간 지속된 이같은 불공정한 계약으로 현진어패럴의 미수령대금은 12억원에 이른다. 또 지난 10년간 세정이 샘플의류를 의뢰해 제작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샘플비 정산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진어패럴 측 주장이다. 그 액수만 4억2000만원이다.
현진어패럴이 마땅히 받아야 할 납품 대금의 일부를 세정이 주지 않았던 배경에는 세정 박순호 회장과 현진어패럴 김보경 대표의 친오빠 사이 발생한 채무 관계가 놓여 있다. 부산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다 브랜드 론칭을 한 김 대표의 친오빠는 세정 박 회장에게 15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해당 회사는 부도가 났고, 박 회장은 투자금액 만큼 손실을 입었다.

문제는 친오빠의 채무 인수를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이 개인 간 투자관계에서 비롯된 채무 변제를 법인인 현진어패럴이 대신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현진어패럴에 따르면 당시 세정은 그와 같은 채무 변제 불응시 거래 중단 및 대금결제를 막겠다는 협박을 불사했다.
김보경 현진어패럴 대표는 "여태껏 친오빠의 채무 인수에 관해 서류상 작성을 한 적이 없다"며 "이같은 부당한 계약 관계에 관해 그 동안 수십번도 더 세정 측에 호소했지만 동생인 제가 대신 변제하지 않으면 작업 중인 옷들을 받지 않을 것이며 결제 나가야할 대금도 모두 막겠다는 협박만 들었다"고 말했다.
2008년 1월 세정으로부터 첫 수주 이후 이미 다음 수주 작업까지 진행 중이었던 현진어패럴은 그대로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우려와 또 박 회장이 투자한 금액 3~4억원 가량만 대신 갚아주면 '없던 일'로 하고, 하청을 계속 주겠다고 약속해 세정이 주는대로 납품대금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나머지 빚까지도 다 갚아야한다고 박 회장은 주장했고, 결국 현진어패럴은 현재까지 12억원 가량의 납품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오히려 세정에 선결제금을 받거나 금융권도 모자라 사채까지 끌어다 쓸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려야했다.
김 대표는 "승계한 적 없는 채무 변제 명목으로 12억원 가량을 일방적으로 세정에 뺏겼다"며 "간신히 유지해왔던 사업마저 최근 더 어려워지면서 직원의 절반 이상은 퇴사를 시켰고, 국세 지방세 체납에 외주업체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압류 소송마저 받으며 회사는 부도 직전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진어패럴 측 주장에 세정은 김 대표가 친오빠의 채무를 인수했다는 것을 거래 계약 상 명시해 놓은 것은 없다면서도 지난 10여년간 채무 변제와 관련해 김 대표가 직접 협조문 등을 작성해 보내는 등 충분히 채무 인수 의사를 밝혀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세정 측은 "그 동안 김 대표는 박 회장이나 회사 측에 자필 편지와 협조문을 보내와 채무 변제에 대한 의사를 전달하고 밝혀왔다"며 "무려 10년이 넘는 동안 채무 변제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갑자기 내용증명 등을 통해 채무 인수 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미수금채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법무법인에 의뢰해본 결과 이같은 현진어패럴 측 요구사항에 대해 이행해야할 어떤 법적 의무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세정은 오히려 현재 현진어패럴에서 선결제금을 받아 간 뒤 물품을 제 때 납품받지 못한 금액이 16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양사는 채무 인수 여부 뿐 아니라 이같은 거래 내역을 두고도 입장이 확연히 달라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세정 관계자는 "현진어패럴은 회사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자 그 동안의 ‘부채로 상환한 금액에 대해 세정그룹이 ‘납품대금을 모두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둔갑시켜 미수령 금액이라 주장하고 있다"며 ‘물품대금의 일부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부채를 상환한 것이라는 분명한 증거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증거들은 언제든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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