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2천만원 손해봤는데 세금 1800만원?…억울한 투자자 없앤다
입력 2019-03-05 17:38  | 수정 2019-03-05 21:10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위 위원장이 5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최운열 의원실]
5일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가 추진하기로 한 자본시장 과세 개편안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형평성을 찾는 데 방점이 찍혔다. 현행 금융상품 과세체계 대부분이 포괄적 손실을 감안하지 않고 개별 상품별로 이익이 조금만 나도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로 돼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펀드 장기 투자에 따른 누진세를 폐지하는 등 금융상품 분산·장기투자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주식을 제외하고는 현행 과세체계는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상계(netting)하는 제도가 없다. 펀드가 다 손해를 보더라도 이익이 난 펀드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 이익분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전체적으로 손실을 봤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세금을 내야 하는 억울한 상황이다. 가령 9개 펀드에서 발생한 손해가 6000만원, 1개 펀드에서 발생한 이익이 4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해당 투자자는 펀드 투자를 통해 총 200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현행 과세체계에 따르면 이 투자자는 1개 펀드에서 발생한 수익 4000만원에 대해 배당 소득세를 내야 한다. 매매차익이 2000만원 이상이면 종합소득세까지 부과돼 최고세율 46.2%까지 적용받는다. 전체 펀드 투자를 통해 손해를 본 2000만원에 더해 세금 1848만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펀드 손익 간 통산을 허용하는 자본시장활성화특위 개편안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가 납부해야 할 세금은 없다. 아울러 개편안이 잔여 손실에 대해서는 이월공제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이 투자자가 본 2000만원의 손해는 다음해 손익 통산 시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듬해 거둔 수익이 2000만원 미만이라면 내야 할 세금이 없어지는 셈이다. 자본시장활성화특위는 이번 개편안에서 과세 이월 기간을 명시하지는 않았고, 향후 당내 관련 태스크포스(TF)와 당정 간 추가 논의를 통해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개편안은 상품별에서 인별(人別) 손익까지 손익 통산의 폭을 넓혔다. 일본이 1990년대에 갖춘 과세체계와 유사한 형태다. 자본시장활성화특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주식은 주식끼리, 펀드는 펀드끼리, 채권은 채권끼리 통산을 한 번 하고, 주식과 펀드 채권 사이에 다시 통산을 한다"며 "우리도 비슷한 과세체계로 가자는 것이 특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활성화특위는 아울러 펀드 장기 투자 소득에 대해 누진 과세를 폐지하고 저율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개편안에 담았다. 펀드 장기투자에 따른 구체적인 세제 혜택은 추후 논의를 통해 구체화할 방침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장기 보유에 대한 적극적인 세제 혜택이 마련되면 죽어가는 공모펀드 시장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본시장활성화특위가 선진국형 자본시장 과세체계로 가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렸지만 투자 상품별로 제각각인 과세체계를 정리해야 하는 등 향후 과제는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국내 주식(거래세·대주주만 양도세)과 해외 주식(양도세), 국내외 주식형 펀드(배당소득만 과세), 국내외 채권(이자소득세) 등 투자 상품별로 과세체계가 다르지만 자본시장 특위에서는 인별 손익 통산에 대한 명확한 세금 부과 방식과 세율에 대해서는 세부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유준호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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