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中보다 더 떨어지고 덜 오르고…`왕따`된 코스피
입력 2019-03-05 17:34  | 수정 2019-03-05 19:45
코스피가 '왕따' 신세에 빠진 형국이다. 올해 중국 상하이지수가 20% 이상 오른 반면 코스피는 6%대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미국 다우지수가 4.4% 하락할 때 코스피는 14.1% 가까이 빠지더니 올해는 중국 증시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43포인트(0.52%) 내린 2179.23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578억원, 91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34%, 0.57% 하락했다.
올해 들어 5일까지 코스피 상승률은 6.77%에 그쳤다. 1월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서 10% 가까이 오르다가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반도체 업황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하노이 쇼크'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 코스피가 주춤한 원인으로 꼽힌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크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하향 조정돼 경기 우려가 커졌다"며 "미·중 무역협상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어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팀장은 "1월 반도체 종목이 많이 올랐는데,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른 만큼 실적이 받쳐주느냐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며 "실적 개선 없는 추가 상승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정체에 빠진 코스피와 달리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4일 약 9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하더니 5일엔 전 거래일 대비 0.88% 오른 3054.25로 마쳤다. 연초 대비 20% 이상 오른 수치다. 이 기간 미국 다우지수도 10.7% 올랐다.
한국 증시가 멈춰선 데 비해 중국이 치고 올라가면서 양국 증시 상관관계도 무너지는 추세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와 상하이지수의 상관계수는 지난해 말 0.7에 근접하기도 했으나, 최근 0.4 수준까지 하락했다. 2017년과 2018년을 살펴봐도 '오를 때 덜 오르고 떨어질 때 더 떨어지는' 코스피의 모습이 드러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017년 다우지수는 31.6% 올랐다. 코스피는 같은 기간 24.1%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세 상승장에서 미국에 비해 상승폭이 작았다. 2018년은 반대다. 지난해 전 세계 주식시장이 약세장을 보이는 가운데 코스피 하락세가 돋보였다. 다우지수가 4.4% 떨어진 데 비해 코스피는 14.1%나 빠졌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가 펀더멘털 차이가 주가지수에도 반영돼 이러한 격차가 생겼다"며 "미국은 국가 성장률과 기업 이익 증가가 모두 한국을 앞서고 있으며, 감세 등 기업에 우호적인 정책도 기업의 실적과 주가에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증시는 올해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요인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MSCI는 최근 신흥국지수에서 중국 A주 편입 비율을 5%에서 20%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MSCI 신흥국지수 내 중국 A주 비중이 0.7%에서 3.3%로 커지게 된다. 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약 2조달러로 추산된다.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도 현지 증시에 호재다. 중국 정부는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 부양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재정 적자율을 작년보다 0.2% 높은 2.8%로 설정했으며, 대규모 감세가 예고돼 있다. 자동차와 가전 소비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분쟁 타결 기대감도 중국 증시 앞날을 밝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MSCI 신흥국지수 편입 비중이 조정되면서 신흥국 내에서 중국향 자금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며 "감세와 재정 확대 등을 통한 성장률 사수라는 정부 정책도 증시에 버팀목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사상 최대 규모로 유입되고 있는 올해 외국인 자금 규모는 지난해 430억달러보다 2배 이상 많은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인대 이후 신용지표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증가가 나타나면 2분기부터 기업 이익 하향 조정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인대에서 발표한 세율 인하 강도는 예상을 상회하는데, 기존 16% 세율을 납부했던 제조업체의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2분기 이후 정부의 부양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고 기업 이익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승환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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