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3월 4일 뉴스초점-같은 상황, 다른 속사정
입력 2019-03-04 20:08  | 수정 2019-03-04 20:49
'24시간 영업을 중단하겠다.'

이렇게 말하는 두 곳의 편의점이 있습니다. 24시간 영업이 관행이지만 밤엔 영업을 해봤자 적자니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는 건데, 그렇게 된 이유는 완전히 다릅니다. 한 곳은 일할 사람은 있으나 줄 돈이 없어서고, 또 다른 한 곳은, 돈은 있으나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 거든요. 이게 지금 한국과 일본의 차이입니다.

대도시 도·소매업의 경우 일할 사람보다 일자리가 3배나 많은 일본은 5년간 평균 시급이 11%나 올랐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24시간 편의점처럼 강도 높은 일은 주로 외국인 근로자가 맡았었는데, 경기가 좋아져 이들마저 더 좋은 일자리로 가버리니, 이젠 웃돈을 얹어줘도 일할 사람을 못 구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경제가 살아 움직이면서 벌어진 현상인 거지요. 반면 우린 일할 사람은 많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불과 2년 만에 시급이 29%나 오른 데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밤늦게 편의점을 찾는 손님도 주니, 업주 입장에선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고, 그러니 문을 닫을 수밖에없는 겁니다.

샤워실에서 물의 온도를 맞추려 수도꼭지를 급하게 돌리다 보면 찬물에 놀라거나 뜨거운 물에 데이기 십상이지요. 경제 역시 어느 정도 반응을 살핀 다음에 정책을 추진해야지,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해 급하게 추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법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밀턴 프리드먼은 이를 '샤워실의 바보'라고 했습니다. 목표만 정해놓고 억지로, 갑작스레 맞추다 보면 이래저래 부작용이 생긴다는 거죠.

과감한 통화정책과 규제 해제로 '잃어버린 20년'의 수렁에서 조금씩 해방되는 일본처럼, 성장이란 밑그림을 크게 그려주고, 거기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우리도 언젠간, 돈은 있는데 사람을 못 구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편의점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겉으론 비슷해 보이지만 속 사정은 완전히 다른, 두 나라의 편의점 같은 일이, 우리에게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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