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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심" 이강철 감독이 말하는 `해태의 유산` [MK인터뷰]
입력 2019-03-01 06:52  | 수정 2019-03-01 08:01
이강철 감독은 해태 왕조의 경쟁심을 kt 선수들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美 투산)=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투산) 김재호 특파원] 해태 타이거즈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다. 무려 9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로 군림했다.
지금 해태라는 이름은 사라졌지만, 유산은 이어졌다. 많은 해태 출신 선수들이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 결과는 안타깝게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해태 출신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이는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우승을 이끈 선동열이 유일하다. 다른 감독들은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결과가 초라했다.
이강철 kt 위즈 신임 감독도 그 유산을 이어받았다. 1989년 해태에서 선수로 데뷔한 그는 1998년까지 해태 선수로 뛰었다. 이후 해태의 후신인 KIA타이거즈로 돌아와 2005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고, 2012년까지 코치를 맡았다. 그는 다른 해태 출신 감독들과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kt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키노스포츠컴플렉스에서 만난 이 감독은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앞선 해태 출신 감독들의 실패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심스러웠지만, 진중하게 앞선 해태 출신 감독들의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자신의 것을 버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지금 선수들은 (예전과) 전혀 다르다"라며 의견을 펼쳤다.
이는 굳이 해태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종목을 막론하고 유명 선수 출신 지도자들이 실패했을 때 가장 크게 지적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역 시절 최고의 잠수함 투수였던 그는 "모든 지도자들은 내 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에 여기까지 온 거 같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타이거즈에서 오랜 시간을 몸담았지만, 다른 문화도 접했다. KIA를 나와 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시대에 적응했고 자신의 것을 버릴 수 있었다. "(타이거즈에 있을 때는) 리더십이 약하다, 카리스마가 약하다는 소리들었는데 지금은 내가 바꿀 필요없이 시대가 변했다"고 설명을 이었다. "바뀌지 않았다면 끝났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변화에 대한 절박함이 느껴졌다.
이강철 감독은 해태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다른 팀의 문화도 경험했다. 지난 시즌은 두산 코치로 있었다. 이런 경험이 그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 MK스포츠 DB
과거처럼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는 리더십이 통하는 시대는 갔다. 그렇다고 해태 시절의 유산을 모두 버려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취임식에서 '모든 감독들의 좋은 점을 뽑아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말을 남겼던 그다. 그렇다면 그가 해태 시절 경험에서 뽑아야 할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그는 '경쟁심'을 꼽았다. '나는 (경기에) 나간다. 나 아니면 나갈 사람이 없다'는 정신을 강조한 그는 "이 팀에도 경쟁이 심해졌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심어주고 싶다"며 선수들에게 경쟁심을 심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결국 평가는 결과로 받게 될 것이다. 신임 감독으로서 냉정한 시험 무대에 내던져질 그는 "경쟁시킬 것은 시키고, 소통을 거쳐 선수들에게 자리를 주고, 선택을 하게 할 것이다. 지켜봐달라. 나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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