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미북회담 쇼크…코스피 4개월만에 최대폭 하락
입력 2019-02-28 17:42  | 수정 2019-02-28 19:42
코스피가 외국인 매도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실망감까지 코스피 발목을 잡았다.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회담을 했지만 오찬과 서명식 없이 회담장을 떠났다. 이에 일부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는 20% 넘게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9.35포인트(1.76%) 내린 2195.44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2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15일(2196.09) 이후 처음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56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2월 8일 2768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개인도 62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기관은 317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전기전자 업종을 2000억원어치 넘게 순매도했다. 이날 코스피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이상기류가 나타나자 장 막판에 낙폭을 키웠다. 특히 대북 관련주에서는 20% 이상 급락하는 종목이 속출했고, 미·북 정상회담 무산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 전반에 확산됐다.
대북 관련주 중 대표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18.55% 떨어졌고, 금강산 관광 관련주인 아난티 주가는 25.83% 하락했다. 또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좋은사람들(-25.43%) 신원(-21.15%)을 비롯해 북한 전기 인프라 관련 수혜주로 언급되던 선도전기(-18.77%) 대원전선 (-16.58%), 대북 건설 관련주로 거론되는 일신석재(-27.30%) 도화엔지니어링(-23.68%) 등 대부분이 하락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증시가 크게 빠지지 않았던 것은 북한 문제 해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이런 기대가 무산되자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벤트 효과로 인해 가려져 있던 악재가 이벤트가 끝나고 드러나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사실 이번 미·북 협상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펀더멘털을 바로 개선시키는 효과는 없기 때문에 위험 관리 차원에서 매도가 나타났을 수 있다"고 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은 미·북 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나오는 시기라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작년 미·북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서명 없이 끝났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 모멘텀을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반도체 주식을 집중 매도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새벽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 낙폭이 컸던 영향도 있었다"며 "삼성전자는 최고점에서 35% 하락한 후 바닥에서는 25% 왔기 때문에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분기에 실적이 회복될 것이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실망감이 겹치다 보니 매도가 나타났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날 뉴욕 증시는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긴장 고조와 인도와 파키스탄 간 무력충돌 심화 등으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28%)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05%)는 떨어지고 나스닥지수(0.07%)는 오르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전날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22% 하락 마감했다.
정용택 센터장도 "반도체 관련 가격 데이터가 나오면서 전기전자 업종 주가가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7~8년 만에 가격이 가장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영향을 안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증시가 조정받으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도 그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MSCI 신흥시장(EM) 지수의 중국 A주 편입비율 확대 이슈가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김 연구원은 "MSCI EM지수의 A주 편입비율 확대가 결정되면 국내 증시에서 자금 유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정슬기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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