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앱 하나로 모든 은행계좌 조회·송금…해외서도 `간편결제` 가능
입력 2019-02-25 17:55  | 수정 2019-02-25 22:13
◆ 금융결제망 전면 개방 ◆
금융위원회가 25일 밝힌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은 한국판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키우겠다는 종합 선언으로 해석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도 뒤처진 국내 핀테크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1단계로는 핀테크 회사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2·3단계에서는 금융결제업 체계 전면 개편과 시장 친화적인 규제·세제 마련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이용료 인하보다는 근본적인 규제 완화 또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적용을 우선 주문하고 나섰다.
금융위가 발표한 혁신 방안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공동결제시스템(오픈 뱅킹) 도입과 지급지시서비스업(마이페이먼트 산업) 신설이다. 공동결제시스템은 결제·송금에 필수적인 금융결제망을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저비용 공동결제시스템을 구축해 핀테크 기업과 은행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결제·송금 등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현재 소형 핀테크 결제사업자에만 허용된 것이 모든 핀테크 결제사업자와 은행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A은행 고객이 A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B은행 계좌 돈을 가져오는 것이 자유로워질 예정이다.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결제망 이용료는 금융결제원 규약을 개정해 현행 건당 400~500원 수준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인하될 예정이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한다. 보안 기준도 강화하고 세부 사항을 1분기 내 확정해 6개월 정도 테스트 기간을 둬 시행할 예정이다. 2단계로는 올해 안에 법 제도화를 추진하고 이후 3단계로 미국처럼 요건을 갖춘 핀테크 기업이 은행과 같이 금융결제망에 직접 참가하는 방안도 검토해 추진한다. 또 3분기까지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지급지시서비스업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로 했다.

지급지시서비스업은 결제자금을 보유하지 않고 정보만으로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은행 규정을 개정해 일정한 자격을 갖춘 핀테크 결제사업자에 '종합 지급 결제업'을 도입해 은행처럼 금융결제망에 직접 참가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종합 지급 결제업자'가 되면 은행 계좌 없이도 현금을 자유롭게 보관·인출할 수 있으며 결제·송금뿐만 아니라 금융상품 중개·판매 등 종합자산관리도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새로운 결제서비스 출현을 촉진하기 위해 2분기 중으로 10년 이상 지난 전자금융업 체계도 개편할 예정이다. 간편결제 이용한도 확대, 해외 결제 허용, 대중교통 결제 지원 등 낡은 규제를 정비하고 세제 인센티브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 신용카드 가맹점이 간편결제 이용자에게 신용카드 이용자보다 더 큰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단말기도 무상 보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맨 왼쪽)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왼쪽 둘째부터) 등 대형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핀테크 및 금융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금융당국의 이번 혁신 방안에는 그간 지급결제 핀테크 업체들이 요구해 온 규제 완화가 대거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아이디어는 무성했지만 구시대적 규제 탓에 불가능했던 간편 서비스가 상당 부분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핀테크 업체들의 진입장벽이 대거 낮아지면서 간편결제·간편송금 서비스를 필두로 핀테크 시장의 성장세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간편결제·송금 업체는 각각 14곳, 12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업체의 이용 현황을 보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건수는 하루 평균 363만건으로 전년 대비 187만건보다 2배가량 급증했다. 간편송금 이용도 같은 기간 하루 평균 586건에서 1322건으로 2.5배 가까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번 규제 개선 방안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핀테크 업체에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하는 것이다.
기존의 카카오페이·삼성페이·N페이(네이버) 등 간편결제 서비스는 선불 기반으로 계좌에 현금이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었다. 후불결제 서비스는 자기자본 200억원 이상의 신용카드업 자격을 갖춘 곳에만 허용돼 장벽이 높았다. 오랜 기간 신용카드 위주의 후불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유인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또 대중교통 결제 수단도 티머니 같은 선불 교통카드나 후불 신용카드로만 한정돼 있어 간편결제 앱으로는 결제할 수 없었다.
이에 당국은 핀테크 업체의 소액 후불결제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올해 상반기 안에 시범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서비스가 시행되면 휴대폰 소액결제처럼 매월 30만~50만원 정도를 간편결제 앱에서도 신용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장 신용카드와 교통카드 업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존에 200만원 이하로 묶여 있던 간편결제 이용·충전 한도를 최대 500만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해외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로 결제할 수 있는 방안 등도 올해 상반기 중 관련 규정을 개정해 도입될 전망이다. 특히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돼 외국환 간편결제가 허용되면 환전할 필요 없이 간편결제 앱으로 해외 가맹점에서도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올해 초 일본에서 크로스보더 결제 서비스 시범 도입을 준비해 온 카카오페이 측은 "앱으로 결제하면 신용카드의 환전·해외 결제 수수료보다 낮은 환율을 적용할 수 있고, 결제 시점에 바로 총결제액을 원화로 알 수 있게 해 신용카드보다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용어설명
▷ 금융권 Open API : 핀테크 기업 등 제3자가 금융회사 공개 API에 따라 명령어를 전송하면 금융회사 시스템에서 지급결제·송금 등 기능이 실행되도록 하는 방식. 핀테크 기업으로서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빠르고 낮은 비용'의 디지털 금융혁신 환경이 조성된다.
[이승윤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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