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처 안고 떠나는 대우조선·현대상선 구원투수들
입력 2019-02-21 16:53  | 수정 2019-02-21 19:34
[사진 제공 = 연합뉴스, 현대상선]

지난 2015~2016년 조선·해운업 위기 때 친정을 부활시키기 위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에 등판한 구원투수들이 상처를 안고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21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다음달 개최될 예정인 각 회사의 주주총회에 거취를 확정할 예정이다. 두 최고경영자(CEO) 모두 작년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사의를 밝혔다.
특히 정성립 사장의 경우 대우조선이 국내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흑자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회사를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기는 민영화 방안이 결정된 뒤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우조선 측은 민영화 방안이 결정돼 정 사장의 소임을 다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매체는 대우조선 관계자를 인용해 산은과 현대중공업그룹 사이의 대우조선 매각협상에서 정 사장이 완전히 배제된 게 정 사장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한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정 사장은 지난 2001~2006년 대우조선 사장, 2006~2012년 대우정보시스템 회장을 역임한 뒤 회사를 떠나 2013년 STX조선해양 총괄사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이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무너질 위기에 처한 지난 2015년 5월 친정으로 복귀해 경영정상화 과정을 주도해왔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대우조선 경영 성과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많다. 지난 2017년 4분기 강재 가격 인상과 환율 영향으로 조선 빅3이 모두 적자를 기록한 이후 대우조선만 흑자 기조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작년 1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성적표를 받았다. 작년 4분기에도 대우조선이 89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이라는 데 증권사들의 전망이 모이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작년 연간으로 20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삼성중공업도 3분기까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대우조선의 흑자 기조를 만든 정 사장과 달리 현대상선은 유창근 사장이 구원등판한 뒤 한번도 영업이익 흑자를 내지 못했다. 선박 발주가 늘어나는 조선업황과 달리 컨테이너 운송 시황이 부진을 이어간 데다 국제유가까지 오르면서 선박유 비용 부담을 키운 탓이다. 회사의 적자가 이어지자 채권단을 이끌고 있는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작년 11월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뼈저리게 느낀 것은 대상 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점"이라며 "현대상선의 경우 '혁신 마인드'가 상당히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적자 기조는 유 사장의 경영 실패 때문이 아니다"라며 "과거 맺은 비싼 용선 계약을 안고 있는 현대상선에 누가 사장으로 왔더라도 흑자를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현대상선이 흑자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상선 측은 유 사장이 재직하는 동안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하고, 부산항 신항 4부두를 되찾아오는 등 회사가 재기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실제 유 사장이 취임한 초기 연간 300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 수준이던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운송량은 450만TEU까지 늘었다.
지난 1986년부터 2014년 3월까지 현대상선에서 일하며 부회장에까지 오른 유 사장은 회사를 떠나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일하던 2016년 9월 현대상선으로 복귀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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