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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제 봇물…포스코 도입, 삼성전자도 검토
입력 2019-02-20 17:42 
전자투표제도가 탄력을 받았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에 전자투표를 활용해 왔던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까지 대열에 합류하려는 모양새다. 새롭게 전자투표 플랫폼을 제공하는 미래에셋대우와 '1호 계약'을 체결한 기업도 등장했다.
20일 포스코는 주주 의결권 행사 편의성을 제고하고자 이사회 결의로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1월 전자투표 도입을 결정한 SK하이닉스도 한국예탁결제원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
또 예탁결제원은 삼성전자와 한진칼 역시 전자투표제 도입을 문의했다고 밝혔다. 국내 시가총액 1·2위 기업 주주총회에서도 전자투표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전자투표를 활용하는 주주 수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전자투표를 활용한 주주는 4만5560명이다. 2017년과 비교할 때 201% 늘어난 수치다. 주식은 136만6400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국내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 전자투표 활용 대열에 합류한다면 전자투표 주주와 주식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2017년 말 섀도보팅이 폐지된 것이 전자투표 확산에 불을 붙였다. 섀도보팅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다른 주주의 투표 비율 그대로 예탁결제원이 주주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제도다. 정족수 미달로 인해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주주총회가 대주주 입맛에 따라 진행되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폐지됐다.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주들을 적극적으로 주주총회로 이끌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섀도보팅 폐지 이후 주주총회 개최에 부담을 느끼는 발행회사를 돕기 위해 전자투표 이용 등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협업해 원활하게 주주총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또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주주가 78만명인데 주총을 오프라인으로 하면 현장에서 주총 결과를 집계하는 데 하루 정도 걸릴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 관해 예탁원에 요청하면 온·오프라인 전자투표 결과를 현장에서 즉시 집계해 제공하는 서비스도 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전자투표제가 더욱 확산된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경영권 공격을 시도하고, 행동주의 펀드가 새로운 투자 테마로 자리 잡으며 주주권 행사에 대한 일반 주주 인식도 높아지는 추세다. 대기업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올해 신세계그룹 6개사와 현대글로비스 팬오션 등이 예탁결제원과 전자투표 이용 신규 계약을 맺었다.
대기업이 전자투표를 도입한 것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SK그룹 4개사와 한화그룹 7개사, 포스코그룹 3개사, 두산그룹 3개사 등이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서비스를 도입했다. 최경렬 예탁결제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주주들이 전자투표를 요구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회사로서도 주주 요구를 들어주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더욱 관심을 갖고 의결권을 쉽게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국내 자본시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가 새로 내놓은 전자투표 시스템 '플랫폼V'도 첫 번째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코스피 상장사 써니전자가 주인공이다. 써니전자는 시가총액이 약 870억원 규모인 코스피 상장사로 3월 29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플랫폼V를 활용하기 위한 기업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현재 의향서와 계약서를 포함해 약 200곳이 미래에셋대우 플랫폼V에 관심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전자투표의 양적 확산은 물론 주주들이 명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 역시 중요하다는 게 미래에셋대우 입장이다. 이자용 미래에셋대우 IB플랫폼사업팀장은 "전자투표는 단지 회사가 주주에게 표를 구걸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실제로 투자자들을 설득시키는 하나의 채널이 돼야 할 것"이라며 "안건에 대한 설명 자료와 기업설명(IR) 자료를 제공해 주주에게 판단 근거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 도입을 고려하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근 의결권 관련 주요 이슈와 플랫폼V의 주주총회 지원 과정 등이 설명회에서 다뤄진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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