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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깊어진 세계관, 탄탄하게 쌓아올린 미스터리(리뷰) [‘사바하’ ①]
입력 2019-02-20 15:25 
‘사바하’ 사진=CJ엔터테인먼트
[MBN스타 김솔지 기자] 영화 ‘사바하가 미스터리 스릴러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영화를 이끄는 방식이 독특하지만 서사가 이끄는 힘이 탄탄해 122분을 빈틈없이 채웠다.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 분)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자매, 모두가 오래 살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름조차 얻지 못한 언니 그것과 온전치 못한 다리로 태어난 금화(이재인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박목사는 일반적 종교와는 운영 방식이 다른 가상의 신흥 종교 단체 ‘사슴동산에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요셉(이다윗 분), 해안스님(진선규 분)의 도움을 받아 조사에 몰두한다. ‘사슴동산의 실체에 다다를수록 의문의 사건들과 인물들을 마주하며 관객들을 미스터리한 세계로 안내한다.

‘사바하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바하는 지난 2015년 개봉해 54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검은 사제들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장재현 감독의 4년 만의 신작이다. 장재현 감독은 캐릭터를 중심으로 극을 끌고 갔던 ‘검은 사제들과는 달리 ‘사바하에서는 오로지 스토리에 무게를 실었다. 누구 하나 튀는 인물 없이 모두가 극 자체에 녹아들어 미스터리를 쌓아간다.

‘사바하에선 장재현 감독의 전작보다 확장된 세계관을 만날 수 있다. 유신론자이지만 세상의 부조리함을 느낄 때면 ‘과연 신이 있을까라는 의문점을 품곤 했다는 장재현 감독은 극 중 박목사에 자신을 투영해 믿음의 실체를 추적해나간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이러한 물음에 뚜렷한 답을 내리진 않는다. ‘선이 악이 될 수도, 악이 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불교의 사상처럼 뒤엉킨 선과 악 사이에 인물과 그들이 가진 갈등, 고민이 변화하며 혼란을 안긴다. 반전을 거듭하며 후반부를 달릴수록 과감한 서사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만큼 관점에 따라 해석의 방향이 다양하며 관객들의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검은 사제들의 공포와 오컬트(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적인 요소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긴장감과 스릴은 덜해졌지만, 탄탄하고 촘촘한 전개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믿음과 욕망, 진실 등에 대해 또 한 번 질문을 던진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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