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교 아닌 '비폭력주의'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 첫 인정
입력 2019-02-20 07:00  | 수정 2019-02-20 07:38
【 앵커멘트 】
법원이 처음으로 종교가 아닌 개인의 '비폭력주의' 신념으로 인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처음 인정했습니다.
물론 군대는 이미 다녀온 상황에서, 예비군 훈련만 거부한 사례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어떻게 판단했는지 유호정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기자 】
지난해 11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종교가 아닌 개인 신념을 근거로 한 병역거부를 인정한 첫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 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며 예비군 훈련에 모두 불참해 재판에 넘겨진 28살 A 씨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 씨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고, 성장 과정에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건 끔찍한 잘못이라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어머니의 간곡한 설득으로 양심과 타협해 군에 입대했지만, 제대 후엔 "더는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며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14번이나 고발돼 재판에 넘겨진 A 씨.

법원은 A 씨의 양심은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수년간 계속된 조사와 재판, 사회적 비난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고,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참작 사유를 밝혔습니다.

즉 훈련 거부로 인한 불이익이 훈련에 참석해 생기는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고 본 겁니다.

▶ 인터뷰 :성승환 / 변호사
- "윤리·도덕·철학의 범위까지 넓혀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점에서 이 판결은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판단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종교를 넘어 양심적 병역거부의 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MBN뉴스 유호정입니다.[uhojung@mbn.co.kr]

영상취재 : 최영구 기자
영상편집 : 오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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