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성 평가` 축소…달라지는 예타
입력 2019-02-19 14:58  | 수정 2019-02-19 15:03

장기간의 심사시간과 경제성 평가 등으로 과학자들의 발목을 잡았던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가 바뀌고 있다. 기초과학 분야의 경우 경제성 평가 비중이 축소됐으며 예타 소요 시간 단축, 예타 정보 상세 공개 등 연구자 중심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예타시 불필요한 규제 등을 과감히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R&D 사업 예타 진행시 다양한 유형의 사업 특성을 감안할 수 있도록 조사체계를 개편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에 개편한 조사체계는 18일까지 접수된 2019년도 1차 연구개발 예타 신청 사업(6개 부처 17개 사업) 중 예타 대상선정을 통과한 사업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총 사업비 500억원, 정부 예산 3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국가R&D 사업에 대해 재정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획재정부가 사업의 타당성과 경제성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하지만 예타 대상 선정에 약 5주가 걸리고 조사에서 결과 통보까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과학기술계에서는 "예타 받다가 정작 R&D를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결국 정부에서도 시급하다고 느끼는 R&D 과제는 연구예산을 300억원 미만으로 책정해 예타를 피해가는 꼼수를 부릴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4월 R&D 사업 예타를 기획재정부에서 과기정통부로 위탁했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계 의견을 반영해 예타 심사시 기술적 타당성 40~50%, 정책적 타당성 20~30%, 경제적 타당성 30~40%로 분류된 조사항목별 가중치를 기초연구의 경우 과학기술적 타당성을 50~60%, 정책적 타당성을 30~40%, 경제적 타당성을 5~10%로 대폭 전환했다. 기초연구를 경제성 평가를 통해 분류했던 기존 제도를 과감히 바꾼 셈이다. 또한 평균 1년 정도 걸리던 예타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고 국가적 중요도가 높은 국가 R&D 사업의 경우 예타 기획 완성도 향상 지원을 위해 R&D 예타 사전컨설팅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김광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보좌관 성과평가정책국장은 "예타 컨설팅의 경우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기획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이 목적"이라며 "다만 시간이 지나면 여러 부처들의 경험도 늘어나는 만큼 예타 컨설팅을 앞으로 계속적으로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예타 매뉴얼 등을 제작해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기재부로부터 예타 이관 후 19건의 R&D 예타가 진행됐으며 이중 6건의 사업이 통과돼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19일 '기술 비지정 사업'에 대한 개편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기술비지정 사업이란 기획단계에서 기술분야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업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홀로그램 기술 개발'이라는 사업은 개발 과제를 명확히 알 수 있지만 '사업화 연계기술 개발'이나 '인력양성 사업' 등은 특정한 기술을 개발한다고 보기 어렵다. 연구자들이 원하는 과제를 신청 받아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도 기술비지정 사업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기술비지정 사업의 경우 기존 조사 체계에 따라 예타를 준비하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광수 국장은 "기초연구나 고급 인력양성 등 기술비지정 사업도 예타 적용이 가능하도록 예타 조사항목과 평가질의를 정비했다"며 "과학기술개발 성공가능성과 기존 사업과의 중복성 평가 항목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상반기 정책연구를 통해 예타 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광수 국장은 "비중을 낮췄지만 경제적 타당성이란 부분을 계속해서 검토해 나가야 하느냐 등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며 "R&D는 기본적으로 위험성을 안고 있는 만큼 경제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석 평가를 '0%'로 낮출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예타 대상 사업 규모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변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김광수 국장은 "300억원이 큰 돈이지만 10여년 전과 같다"며 "화폐가치를 고려했을 때 과연 사업비를 어디까지 검토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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