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진칼 직접투자 1株도 없이 경영참여 나선 국민연금
입력 2019-02-17 18:45  | 수정 2019-02-18 08:17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를 선언한 한진칼 보유 지분 중 직접 투자를 통해 확보한 지분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보유 지분 7.1% 모두 위탁관리를 맡은 민간 자산운용사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매입한 것이지,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 판단을 내려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산운용업계와 학자들은 한진칼에 대해서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한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는데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를 선언하고 나서는 것은 모순된 상황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7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 7.1%는 전량 위탁 투자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보유 지분 11.7% 중 직접 투자분이 6.3%, 위탁 투자가 5.4%다. 국민연금은 투자 전략 노출을 이유로 개별 주식에 대한 직접·위탁 투자 현황을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해왔다. 개별 종목에 대한 국민연금의 직접·위탁 투자 현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112조원의 자금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중 51조6000억원(45.9%)은 민간 자산운용사에 위탁하는 구조다. 위탁 투자한 주식 역시 소유권은 국민연금에 있기 때문에 주주권 행사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직접 투자를 전혀 하지 않은 국민연금이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위탁운용사가 국민연금을 대신해 투자 판단을 내려 매입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국민에게 스튜어드십을 받았듯이,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에 이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 자금의 스튜어드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해당 주식의 매매 과정을 감안하면 결국 위탁 운용자금에 대한 최종 스튜어드는 민간 자산운용사"라며 "이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위탁을 맡긴 자금까지 직접 주주권을 행사하는 게 정말 스튜어드십을 충실히 이행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평가했다.
민간 자산운용사에 주주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관련 논의는 현안에 밀려 줄줄이 뒤처져 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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