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일갈등 압박 높이는 일 정치권…경제로 불똥 튀나
입력 2019-02-17 16:15  | 수정 2019-03-10 16:28

한일 외교 갈등이 해결 실마리는 찾지 못한 채 경제 분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자민당 외교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로 주한 일본대사 소환, 수출 규제 요구가 제기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한국 정부 압박을 위해 일본 정치권에서 경제 보복을 주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변호인단이 신일철주금의 한국내 자산에 대한 강제매각을 밝히고 나서면서 현실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양국 갈등이 경제분야로까지 옮겨 붙을 경우 양측 모두 피해가 불가피해 한일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불안감이 적지 않다.
당면한 시한폭탄은 신일철주금의 한국내 자산인 '포스코-니폰스틸 RHF 합작 법인(PNR)' 지분에 대한 강제매각 절차 개시다.
지난 15일 일본을 찾은 강제징용 피해자 변호인단은 협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이르면 내달 PNR주식에 대한 매각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매각절차는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변호인단은 예상했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매각 움직임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일본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반발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한국 정부에 요청한 양국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3국이 포함된 중재위 설치 요구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신일철주금에 대한 매각이 진행될 경우 자국 기업 피해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구체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구체적 대응으로 방위물품이나 특정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 주한 일본대사 소환, 취업 관련 비자발급 제한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긴밀하게 얽혀있는 한일간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경제 보복이 이뤄질 경우 양국 기업이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일본 정치권에서 보복 카드 중 하나로 거론하는 '불화수소'의 수출제한만 보더라도 시차를 두고 일본기업들 역시 피해를 입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에칭(부식액을 이용해 회로를 그리는 과정) 공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불화수소는 전략물자인 탓에 정부에서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반도체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관련 설비를 생산하는 일본기업은 물론 전 세계 공급망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일본 정부가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한국과 정부간 협의에 소극적 대응이나 재계를 상대로 한 투자 자제 요청, 일본내 한국기업 활동에 대한 엄격한 규정 집행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드러나지 않는 규제라고는 하지만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양국관계 악화로 고전해야 했던 2012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국내대기업 일본법인장은 "일본 정부의 반응과 일본 여론 추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양국 정부간 협의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걱정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 상황만을 보자면 정부간 협의 등을 통한 해결 가능성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외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변호인단의 강제 자산압류 움직임은 민사 문제라는 인식 아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외교장관회담에서 고노 다로 외상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왕 사죄 필요' 발언에 대해 강경화 장관에 항의했는지 여부를 놓고도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기본적 사실 관계 확인에서도 양국의 설명이 달라질 정도인 상황이다보니 산적한 현안 협의는 평행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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