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최 시인이 폭로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았지만 이날 판결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오르며 한국 문단의 거두로 꼽힌 고은 시인은 치명적인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어제(15일)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진성 시인만 1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최영미 시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제보한 동기와 경위 등을 따져보면 허위라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에서 그를 암시하는 원로 문인의 과거 성추행 행적을 고발한 사실이 지난해 2월 알려지면서 불거졌습니다.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라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최영미 시인은 직접 방송 뉴스에 출연해 원로 시인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다고 밝혔고,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는 그가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져달라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에는 박진성 시인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최영미 시인의 말이 사실이라며 다른 성추행 의혹을 추가로 주장했습니다. 이런 주장들은 언론에도 보도됐습니다.
이런 의혹을 부인한 고은 시인은 10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6차례의 변론을 거친 심리에서도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는 고은 시인 측 입장과 "직접 경험한 일"이라는 최영미 시인 등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재판부는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인들의 진술, 증거 등을 검토한 결과 최영미 시인이 "1994년 한 주점에서 고은 시인이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폭로한 내용은 사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최영미 시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제보한 동기와 경위 등을 따져보면 허위라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최 시인은 고은 시인의 문단 내 지위와 폭로 후 불이익 등이 두려워 알리기를 주저하다가, 다수의 목격담이 나오고 기사화가 이뤄졌음에도 원고가 별다른 자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자 제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당시 최 시인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고, 주변 사람들 사이에 고 시인의 기행을 어느 정도 묵인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날 사건 이후 최 시인이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술자리에 합석하거나 통화하는 등 관계를 유지했다고 해서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