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출시되자마자 2만개 팔린 HMR `제천빨간오뎅` 성공까지 일년에 10만㎞씩 운전했죠"
입력 2019-02-15 15:30  | 수정 2019-02-21 18:30
홍주열 테이스티나인 대표.

"제천이 고향이라 생각나서 샀는데 매콤하고 말랑말랑한 떡이 어릴적 먹던 맛 그대로네요."
카카오메이커스에 입점해있는 가정간편식(HMR) '제천빨간오뎅'에는 맛보다 추억을 찾는 제품 후기가 달려있다. 제천의 명물 '빨간오뎅'을 그대로 옮긴 제천빨간오뎅은 론칭 한 달 동안 2만개가 넘게 팔리고 다음달 5만개 주문 생산이 예약돼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제천빨간오뎅의 전국 각지 배송을 가능하게 한 건 HMR 제조·유통업체 테이스티나인이다. 설립 5년 차를 맞은 테이스티나인은 기존 중소 HMR 업체와 달리 기획·제조·유통을 모두 담당한다. 특히 전국 유명 맛집을 HMR로 구현해내는 기획력은 테이스티나인만의 가장 큰 강점이다.
최근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만난 홍주열 테이스티나인 대표는 성장 비결로 '발품'을 꼽았다. 창업 이후 홍 대표가 일년에 운전한 거리는 10만㎞. 백화점 식품MD들이 "블루베리가 뜬다"고 언급만 해도 전국의 베리와 관련된 공장이란 공장은 이 잡듯이 찾아 다녔다.
테이스티나인은 2016년 속초 명물 '명태회무침'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TV홈쇼핑에서 최초로 시도하지 않은 음식. 결과는 대박이었다. 월 1~2번 방송되면 성공사례로 꼽히는 홈쇼핑업계에서 명태회무침은 한달에 무려 12번씩 방송을 타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속초 명물 '명태회무침'을 홈쇼핑에 꼭 론칭시키고 싶었어요. 무작정 공장을 찾아갔더니 글쎄 12평에 완전히 가내수공업이더라고요. 사장님을 설득해 제가 등도 바꾸고 씰링도 하고 별 짓 다해 실사를 간신히 통과했어요. 그 공장이 지금은 500평이 됐죠."
이렇게 발품을 팔아 탄생한 제품이 가자미식해와 고추장굴비 등이다. 이 제품들은 한해 홈쇼핑에서만 40억원 가량의 매출을 거뒀다. 홍 대표는 "지역 유명 음식들이 관광지에서는 잘 팔리지 않냐"며 "기획력과 유통구조만 갖춘다면 전국구로도 얼마든지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테이스티나인 `제천빨간오뎅`. [사진 출처 = 마켓컬리]
테이스티나인의 강점은 기획과 제조, 유통을 모두 담당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HMR 제품은 기획과 제조, 유통 각각의 업체가 모여 탄생한다. 예로 A업체가 B공장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주문을 넣고, 제작된 제품은 온라인몰 마켓컬리에서 판매되는 방식이다.
반면 테이스티나인은 백화점 식품MD가 '평양냉면'을 제안하면 ▲면 굵기 ▲고명 ▲용량 등을 세분화해 대량 레시피를 만든다. 이후 최대 2000인분 생산이 가능한 '센트럴키친'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한다.
센트럴키친에는 R&D 인력 3명과 8명의 조리연구가들이 상시 근무한다. 최근에는 HMR 업계 1위에서 근무하던 R&D 전문가까지 영입했다. 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은 마켓컬리와 헬로네이처 등으로 새벽배송된다. 온라인에서만 얻는 하루 평균 매출은 2000만원에 달한다.
홍 대표는 "기획과 제조가 따로 움직이면 그날그날 공장장 입맛에 따라 바뀌는 게 HMR"이라며 "기획·제조·유통 구조를 모두 갖춘 만큼 HMR 히트 상품인 CJ '비비고', 이마트 '피코크' 아성을 뛰어 넘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늘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삼일회계법인 컨설팅 매니저를 그만두고 개발한 김치를 하루 온종일 팔아 손에 쥐었던 돈은 단돈 1만원. 굵직한 대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성공시키며 연봉 1억원을 벌었던 그에게 턱없이 적은 돈이었지만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한다.
홍 대표는 "하루는 여사님 한 분하고 마트 에스컬레이터 밑에 조그만 공간에서 김치를 팔고 있는데 전 직장 부장님을 마주친 적이 있다"며 "당시 부장님이 이럴거면 다시 회사에 돌아오라고 권유하셨지만 식품 사업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워낙 확고했다"고 말했다.
수 많은 실패도 경험했다. 현재 180개 제품을 갖추기까지 론칭했던 제품 수는 3000여개가 넘는다. 홍 대표는 "'핀란드산 에너지 드링크', '영국 5색 꿀' 등 튀려는 욕심이 들어간 메뉴는 꼭 실패했다"며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한 가지를 넣는 게 성공전략"이라고 밝혔다.
테이스티나인은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도전장을 냈다. ▲탐나는 밥상 ▲제천 빨간 오뎅 ▲테이스티도쿄 ▲반쎄오홍 등 주요 백화점과 아울렛에 입점해있는 매장을 로드숍 형태의 가맹점으로 출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5년 13억원으로 출발, 지난해 62억원으로 성장한 매출을 올해 100억원대로 키운다는 목표다. 직원 수도 현재 60명에서 1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과거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냉동식품을 먹이면서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 마련이었다"며 "안전하고 건강한 프리미엄 HMR 시장을 확대해 더 이상 부모들이 죄책감이 들지 않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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