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2월 14일 뉴스초점-법의 잣대 공평한가
입력 2019-02-14 20:10  | 수정 2019-02-14 20:53
1930년 미국 뉴욕 법원에서, 배가 고파 빵 한 덩이를 훔친 노인에 대한 재판이 열렸습니다. 판사는 아무리 사정이 딱해도 남의 것을 훔치는 건 잘못이라며 10달러의 벌금형을 내리지요.

그런데, 판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판사는 공직자이자 또 시민으로서, 불우한 노인을 방치한 책임으로, 자신에게도 10달러의 벌금형을 내렸고, 즉시 납부해 노인에게 줬습니다.

피오렐로 라과디아.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미국에서 그는 지금까지 가장 존경받는 판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린 이런 법관을 떠올리기 쉽지 않지요. 사법불신을 가져온 사법농단 의혹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판사 일부는, 일반 법조인은커녕, 선량한 시민으로서도 상상할 수 없는 행위들을 잇달아 저지르고 다니니까요.

처벌도 이해가 어렵습니다. 이혼 상담을 가장해 변호사에게 성희롱을 한 판사에겐 감봉 3개월, 음주운전으로 탑승자 5명을 다치게 하고 차량 2대를 파손한 뒤 뺑소니까지 친 판사에겐 감봉 4개월의 징계가 고작이었습니다.

최근엔 음주 상태로 15km나 운전한 판사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가 내려졌는데,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어쩔 수 없이 운전한 거다.'라는 주장이 통했던 걸까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면서요? 법대로 냉정하게 판결한다던 그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현행법상, 법관에 대한 징계는 정직과 감봉, 견책뿐이고 정직에 처한다 해도 최대 1년에 불과, 그 시효도 3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법관징계법이 시행된 지 60년이 지나도록 징계 건수는 고작 24건, 최고 징계도 정직 1년이 다겠지요.


어제 음주 뺑소니 사고로 숨진 윤창호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에서 판사는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아쉬운 면이 있긴 하지만 엄벌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양형 기준을 넘겼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었습니다.

공직자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 누구보다 청렴해야 하고 자신에게 엄격해야 하는 사람, 그래서 죄를 지었을 때 그 누구보다 엄격히 처벌해야 하는 사람이 누군지, 지금이라도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게 강조하는 법관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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