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2월 13일 뉴스초점-반성은 커녕…
입력 2019-02-13 20:05  | 수정 2019-02-13 20:54
지난달 19일 새벽 대구에서 20대 남성이 집단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쳤습니다.

가해자는 10대 미성년자 10명, 지나가는데 어깨를 부딪쳤다는 게 폭행 이유였습니다. 미성년자 10명이 성인 1명을 집단으로 폭행했다는 사실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수사가 빠르게 진행돼, 3명이 구속됐죠.

하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울분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구속되기 전 갑자기 보내온 사과 문자 때문입니다. '사과했는데, 왜?'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만약 이게 선처를 받기 위한 거짓 사과였다면 얘기는 달라지죠.

'끝까지 없어서 잘 몰랐는데 일단 죄송하다.' 피해자가 받은 문자 내용입니다. 형식은 사과지만, 가해자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그 자리에 끝까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잘 모르는 일'인 걸로 보이죠.

그러면, 끝까지 없었다는 건 사실일까요. 피해자 측은, 현장에서 끝까지 발로 찼던 '바로 그 사람'이라고 주장합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가해자는 사건을 조작하면서까지 거짓 사과를 한 게 됩니다.

가해자가 경찰에 가기 전에 사과를 한 이유는 뭘까요. 진심으로 뉘우칠 수도 있겠지만, 각종 사건마다 늘상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게 있죠. 바로 '선처'를 위해섭니다. 본인들의 죗값을 조금이라도 덜 받기 위해서요.

가해자 부모가 '아들이 말리다가 일에 휘말렸다.'고 한 것도, 결국 선처를 해달라는 말 아닐까요. 하지만 공개된 동영상 안 아들의 모습은 오히려 그 반대였죠. 자녀의 허물을 덮어주기 위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한 셈이 됐습니다.

거짓과 편법으로 위기를 넘기면 그다음엔 더 큰 거짓과 편법을 써야만 합니다. 그게 정말 자녀를 위한 길일까요. 미성년자들의 도를 넘는 폭행도 문제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모의 대응 역시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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