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송혜희 실종 20년…父 "찾을 수만 있다면 목숨도 기꺼이"
입력 2019-02-13 09:14  | 수정 2019-02-13 10:24
송혜희 실종 20년

송혜희 양이 실종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송혜희 양은 1999년 2월 13일 당시 고3 진학을 앞두고 아버지께 "공부하고 올게요"라며 경기도 평택 집을 나선 뒤 실종됐습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송 양의 아버지인 송길용 씨는 7평쯤 되는 단칸방에 살고 있었는데 방의 벽면 한쪽에는 앳된 얼굴의 혜희 사진이 가득했습니다. 사진들 중 유독 무뚝뚝한 표정의 사진이 눈에 띄었는데, 성인이 된 혜희를 추정해 이미지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사진이라고 합니다.

송 씨는 과거 2차례의 허리 수술과 뇌경색 후유증으로 거동이 온전치 못하지만 딸을 찾는 전단과 현수막 제작비용을 보태기 위해 하루종일 폐지를 모으고 있습니다.

자넌 20년간 수백만장의 전단지와 현수막을 통해 혜희의 실종을 알린 송 씨는 어느새 기초생활수급자가 됐습니다.


송 씨는 "매주 목요일은 홀몸노인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봉사를 한다"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전단 나눠주고, 현수막 달고. (그러려면 부지런히) 폐지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누군가는 나에게 '집착'이라고 '이제 그만 가슴에 묻으라'고 하는데 내가 찾으려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내 딸 찾아주겠냐"며 "더 나이가 들어 실종 전단 하나 제대로 못 만들게 될까 봐 그게 두렵다"고 밝혔습니다.

혜희 양은 20년 전인 13일 오후 9시50분쯤 집 부근 평택 하리마을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이 전부입니다.

송 씨 입장에서는 버스에서 내린 혜희가 거짓말처럼 세상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시골 마을이라 폐쇄회로TV(CCTV)는커녕 가로등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경찰이 초동수사 과정에서 술 취한 30대 남성이 혜희와 같은 정류장에서 내렸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지만 수사에 진척이 없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송 씨와 혜희 엄마는 전국을 누비며 살았습니다. 이후 혜희 엄마에게는 심장병에 우울증이 찾아왔고 혜희 엄마는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송 씨는 "다리에서 한번 뛰어내리고, 농약도 사다 마셔봤지만 (내) 목숨이 질긴 모양이더라"며 "(살고 보니 막내 혜희와 다섯 살 터울인) 큰딸만 혼자 남겨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혜희도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이란 확신이 더욱 섰다"고 말했습니다.

송 씨는 "혜희는 어딘가 분명 살아있을 것이다. 눈 감기 전에 한 번이라도 꼭 보고 싶다. 지금도 우리 혜희만 찾을 수 있게 해준다면야 목숨도 기꺼이 내줄 수 있다. 이번 주말도 나는 전단을 돌릴 것이다"며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