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조용병 베팅…인터넷銀 참전·M&A 실탄 확보
입력 2019-02-11 17:50 
지난해 말 파격적인 인사로 친정 체제를 구축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명실상부한 국내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굳히기 위한 베팅에 나선다. 핵심 키워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그리고 오렌지라이프에 이어 또 다른 인수·합병(M&A)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한 실탄 확보다.
11일 신한금융이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위해 손잡은 비바리퍼블리카는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로 국내 핀테크 업체 최초의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2011년 치과의사 출신 이승건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2015년 2월 당시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내놓은 후 다양한 기존 금융사와 제휴를 이어가면서 현재는 부동산·펀드·개인 간 거래(P2P) 투자부터 환전, 신용등급 조회, 신용카드·대출 맞춤 추천 기능까지 갖춘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그 덕분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 만인 현재 토스 앱은 누적 다운로드 2200만건, 누적 송금액 33조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미국 벤처캐피털(VC) 등에서 8000만달러 규모 추가 투자를 유치하면서 총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 핀테크 회사 중 기업가치 1조원 넘는 유니콘 기업이 된 것은 비바리퍼블리카가 최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컨설팅그룹 KPMG가 선정한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28위에 오르기도 했다.
조 회장이 이끄는 신한금융이 인터넷은행 인가 경쟁에 함께 뛰어들 파트너로 비바리퍼블리카를 선택한 것도 이 같은 토스의 혁신성과 빠른 성장 속도에 주목해서다.

당초 신한금융이 염두에 둔 협업 상대는 네이버였다. 이를 위해 최근까지 물밑 협의를 이어갔지만 네이버가 최종적으로 불참을 선언하자 네이버에 비해 자본력은 밀리지만 혁신성에서 더욱 주목받는 비바리퍼블리카와 협업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혁신 핀테크 기업과 협업하는 것은 조 회장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한금융은 일찌감치 비바리퍼블리카와 금융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해놓았다. 현재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는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토스를 통해 러시아 펀드나 아마존 주식 등 해외 펀드와 주식을 팔고 있다. 토스 전용 신한금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만들어 그 잔액으로 투자하는 방식인데, 현재까지 토스에서 개설된 신한금투 CMA는 50만계좌, 잔액은 1000억원을 넘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이어 조 회장은 향후 추가적인 M&A를 위한 실탄 마련에도 나선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 미래 성장을 이끌 그룹 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1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7000억원 규모로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전환우선주는 추후에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만큼 유상증자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 잔여 지분 인수와 향후 추가적인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본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조 회장이 진두지휘한 오렌지라이프 인수 덕택에 총 자산이 490조원으로 늘면서 경쟁사인 KB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꿰찼다. 그 여세를 몰아 국내외 알짜 금융사를 추가로 인수해 1위 자리를 굳건히 한다는 목표다.
전환우선주 발행은 잇단 M&A로 떨어진 자본비율을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는 효과도 있다. 이번 우선주 발행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신한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올라갈 전망이다.
이 밖에 조 회장은 올해 예상되는 어려운 경기 상황에 대응해 전체 그룹 계열사 역량을 한데 모으는 '원 신한(One Shinhan)' 그룹 시너지를 발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52%나 급증한 그룹·글로벌 투자은행(GIB) 사업부문 성공 사례를 따라 디지털 등 그룹 계열사의 비슷한 사업부문을 한데 모은 매트릭스 조직 중심의 경영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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