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포스코·SK이노…저평가 1등株 골라담는 기관
입력 2019-02-10 17:22  | 수정 2019-02-10 20:52
올해 들어 기관투자가들이 영업이익 기준 업종 1등주인 포스코와 SK이노베이션을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올해 경쟁사보다 높으면서도 주가수익비율(PER)은 되레 낮아 저평가 매력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기관 중에서 주포로 떠오르고 있는 국민연금이 이들의 지분율을 연초부터 늘렸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두 종목을 추가로 편입해 연금 수익률을 높이면서 동시에 향후 경영에 참여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10일 매일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올해 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가 존재하는 금속광물(철강) 업종 상장사 7곳과 석유·화학(에너지) 업종 22곳을 분석한 결과 철강 업종에선 포스코가 올해 영업이익 4조9733억원을 올려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2등 현대제철(1조2992억원)과는 올해 3조6741억원의 격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추정 ROE도 포스코가 6.7%로 현대제철(4.2%)보다 우위에 설 것으로 보인다.

주력 사업인 철강만 살펴보기 위해 작년 개별 실적 기준으로 수익성을 분석했더니 포스코 수익성은 현대제철의 두 배 수준이었다. 작년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12.4%인 데 반해 현대제철은 5%에 그쳤다. 그런데도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로 보면 포스코는 7.6배인 반면 현대제철은 9.2배로, 포스코가 저평가된 상태다.
포스코가 수익성에서 현대제철을 압도하는 것은 자동차·철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수익성이 높다고 자체적으로 선정한 '월드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은 지난해 55.1%로 역대 최대치를 찍기도 했다.
포스코가 올해 조선용 철강(후판) 가격 인상을 선언한 것도 실적 개선 호재다. 철강사들은 올 상반기 후판 공급가격을 놓고 조선사들과 협상 중인데 t당 5만원 인상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적자 자회사였던 인도네시아 제철소(크라카타우 포스코)가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한 것도 호재다.
이 같은 기대감에 기관은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포스코를 137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중 국민연금 등 연기금 순매수 비중은 63%(865억원)다. 국민연금은 포스코의 최대주주(11.05%)지만 2대 주주인 미국 씨티은행(10.56%)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 포스코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1202억원에 그쳐 에너지 업종에서 LG화학(2조2461억원)에 뒤처졌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2위로 밀린 것은 같은 해 4분기 2789억원 영업손실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수적 회계 처리도 한몫했다. 재고 평가 시 저가법에 따르다 보니 손실 폭이 더 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4분기에 보수적인 회계 방식으로 비용을 극대화하다 보니 올해 실적에선 기저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며 "재고 평가를 보수적으로 했다면 그다음 분기 유가 반등 때 재고 평가 이익을 크게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유사업 부문 실적 개선도 예상된다. 작년 영업이익 기준으로 화학·윤활유·배터리 등 비정유 부문 이익 기여도는 75.6%에 달했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317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배터리사업이 내년부터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 기준 수주 잔액에서 글로벌 3위를 기록했고 배터리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어 배터리 관련주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올해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은 2조4761억원으로 LG화학(2조2718억원)을 제칠 전망이다. ROE 역시 SK이노베이션이 올해 8.9%로 LG화학(8.5%)에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PER 기준 LG화학이 18.3배로 SK이노베이션(10.2배)보다 고평가돼 있다. 이에 따라 기관은 SK이노베이션을 올해 804억원어치 사들인 반면 LG화학은 56억원 규모로 내다 팔았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1조8000억원에 매입한 것을 두고 SK이노베이션이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있다.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가치 산정 때 정유사 평균값보다 높은 수치를 적용해 '후한 값'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일뱅크 지분 가치가 정당하다고 가정하면 SK이노베이션은 극도로 저평가된 상태"라며 "국민연금이 2대 주주라는 점에서 주주 환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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