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4·27 남북정상회담 기념촬영 배경 `금강산 그림` 정부가 샀다
입력 2019-02-08 11:24  | 수정 2019-02-08 22:43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에서 신장식 작가의 그림`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그림을 구입해 국가정보원에 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 연합뉴스]

"잘 연출됐습니까?"
지난해 4·27 남북 정상회담장에서 양 정상이 기념촬영을 한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배경으로 걸린 그림을 가리키며 "금강산입니다.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라고 화답했다.
남북 정상회담장에 걸린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그림을 정부가 최근 사들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개인소유였던 작품을 정부가 구매한 직후 대여약정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국정원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 그림을 오는 2020년까지 걸어둘 수 있게 됐다. 판문점 내 자유의 집은 통일부가, 평화의 집은 국정원이 관리하고 있다.
이날 국립현대미술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과 정부미술품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1월 2일부터 내년 12월 3일까지 24개월 간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그림을 빌리기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서 정부미술품을 빌려오는 방식으로 비용은 무료다. 그림은 국민대 교수인 신장식 작가가 지난 2001년 완성했다.
앞서 신 작가는 정부가 해당 그림을 구매하기 전에도 국정원에 그림을 무상으로 빌려줬다고 말한 바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 판문점으로 간다는 건 4·27 남북정상회담 2주 전 쯤 알았고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서 "평화의 집에 (그림을) 걸려고 하니 빌려달라고 하더라. 며칠 뒤 국정원에서 찾아와서 계약서를 쓰고 그림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2주 간 빌리는 조건으로 그림을 가져갔지만 회담이 끝난 이후에도 작가의 양해를 구하고 그림을 걸어뒀다.

신 작가는 "국정원에서 북미정상회담이 판문점서 또 열릴 수도 있으니 좀 더 빌리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연말까지 그냥 빌려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신 작가에게 그림을 반납해야 할 기한이 임박하자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서 기간을 연장시켜 준 셈이다. 해당 작품의 구매심사는 11월 구매계약은 12월에 이뤄졌는데, 국정원은 미술은행이 작품 구매계약을 체결한 직후 대여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관계자는 "물품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중앙관서는 미술품을 지정된 전문기관으로부터 대여받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미술관은 구체적인 주체는 밝히지 않은 채 구매 요청이 있어서 심사를 했고 구매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작품 구매를) 요청한 제안자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으므로 밝히지 못한다"고 말했다.
작품 가격에 대해서도 "미술관의 미술품 거래 가격은 작가, 화랑 등 미술계에서 지속적으로 공개에 반대해 해당 정보를 공개한 이력이 없다"면서 밝히기를 거부했다. 현행 제도상 작품 가격은 1점에 3000만원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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