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2월 6일 뉴스초점-과도한 '박물관 사랑'
입력 2019-02-06 20:02  | 수정 2019-02-06 20:31
'나는 소셜 디자이너다.'

시민단체 활동 시절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사회를 개선하는 활동가란 뜻이지요.

그래서 시장이 된 이후, 낡은 고가도로를 사람 중심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서울로 7017'을 비롯해, 버려진 석유 비축기지를 문화시설로 재탄생시킨 '마포 문화 비축기지' 등 서울 곳곳을 다듬어 왔습니다.

박물관 도시 서울 프로젝트도 그 중 하납니다. 서울 시민의 일상에 숨어있는 문화자원을 발굴하겠다며 2016년 8월, 문화시설 추진단까지 만들어, 4천억 원을 투입해 13곳의 박물관을 만들기로 했지요.

3년 차인 지금,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을까요. 4억 원 가까이 들인 미디어 아트계의 거장 백남준 기념관엔 변변한 미디어 아트 작품이 없고, 1,800억 원을 들인 공예 박물관은 유물을 구할 수 없어 개인의 자수작품을 기증받아 2020년에야 겨우겨우 문을 열 수 있게 됐습니다.

또, 27억 원을 들인 봉제 역사관은 하루 평균 관람객이 고작 50명밖에 안 됩니다. 역사관을 찾기도 힘든 데다 오르막길을 10분 이상 올라가야 있으니, 웬만해선 갈 엄두도 나질 않죠. 혹여 공부할 게 있을까 싶어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은 '볼만한 게 없다'며 '왜 이런 곳에 박물관을 지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어찌 됐든 지금까지 문을 열기라도 한 곳은 이 3곳이 전부입니다. 대부분은 부지 선정이나 설계, 공사 단계이고 시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요. 서울엔 서울역사박물관과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등 이미 109곳의 박물관이 있습니다. 여기에 13곳을 더하는 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그것이 서울 시민들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아직은 알 수가 없지요.

광화문 광장 재편안을 두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립 중인 박원순 시장은, '사업 추진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인지하면 일단 멈추고 돌아보는 게 옳다'고 했습니다. 혹시 지금이 그 말을 실천할 때는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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