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회용 비닐·컵 규제로 소비자는 바뀌는데…기업은?
입력 2019-01-31 17:37 
외국과 한국에서 판매되는 같은 과자. 한국의 제품은 비닐포장이 된 뒤 박스에 한 번 더 담겨있다. 기업들은 파손 방지 등을 이유로 들지만 소비자들은 과대포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 = 류혜경 인턴기자]

대형마트를 비롯한 슈퍼마켓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소비자들은 1회용 컵에 이어 1회용 비닐봉투도 환경을 위해 사용규제를 받아들였지만, 제품들의 과대포장이 여전해 기업들이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8월 커피전문점 1회용 컵 사용 금지에 이어, 2019년부터는 전국 2000여 곳의 대형마트를 비롯해 매장 크기 165㎡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다. 소비자들은 환경보호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분위기다. 주부 강지선 씨(48)는 "가끔 장바구니 없이 들렀을 때는 조금 불편하지만 환경을 위한 일이니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강 모씨는 "대형마트에서도 이전부터 조금씩 비닐봉투 사용을 줄여왔던 터라 소비자들이 금세 적응하는 것 같다"며 "부피가 작거나 가벼운 물건은 손으로 들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만 변화하고 기업의 포장은 바뀌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대학생인 김 모씨(28)는 "렌즈 세척액이 지나치게 큰 플라스틱 포장에 담겨 있는 것을 보며 소비자가 일회용 컵만 안 쓰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장혜수 씨(27)는 "쓰레기를 안 만들고 싶어도 과자만 사먹어도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며"한국의 과자와 외국 과자가 동일해도 한국은 박스로 한 번 더 포장해 종이도 비닐도 더 나온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 연대가 지난해 실시한 과대포장에 관한 소비자들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소비자는 현재 판매되는 물품들이 과대포장 문제가 있다고 인식했다. 소비자의 81.2%는 과대포장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환경오염 및 자원낭비)이 크다고 답했고, 70.7%가 현재보다 포장재를 간소화해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제품군 별 과대포장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과자(82.0%), 장난감(68.5%), 화장품(64.4%) 순으로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환경부는 최근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해 대책을 내놓았다. 불필요한 이중포장 금지, 과대포장 규제 대상 확대, 제품 대비 과대한 포장방지를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개정안을 1월 16일부터 40일간 입법 예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마트의 우유 포장과 같은 플라스틱 비닐의 이중 포장, 장난감 등의 플라스틱 포장 등의 규제가 강화됐다. 기존 비닐 재질의 완충재(일명 뽁뽁이)는 종이 완충재로 전환하고, 신선식품 등에 많이 쓰이는 아이스팩도 친환경 제품 사용을 촉진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도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소비자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하는 과자 과대포장의 문제는 대부분 종이박스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아 개정으로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플라스틱 비닐로 이뤄지는 낱개 포장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과류의 포장 기준에서 포장 횟수는 2차 이내로 제한하지만 낱개 포장은 예외인 탓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자의 경우 이미 과대포장 규제를 받고 있고 비닐·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 이것부터 해결하고자 한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포장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고 종이를 비롯한 다른 포장재들도 줄일 수 있도록 검토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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