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넷마블 `토종 컨소시엄` 선언…카카오와 동맹될까 적될까
입력 2019-01-31 17:28  | 수정 2019-01-31 23:14
◆ 레이더M ◆
카카오에 이어 넷마블까지 참여하면서 게임 회사 넥슨의 인수전 시나리오가 더 복잡해졌다. 특히 넷마블이 국내 자본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토종 연합군' 대 '글로벌 사모펀드' 간 대결 양상으로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31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홍콩 등에서 열린 넥슨 투자설명회에는 미국계 KKR, 칼라일, 베인캐피털, 힐하우스캐피털과 김병주 회장이 이끄는 MBK파트너스 등 글로벌 사모펀드와 함께 중국 게임 업체 텐센트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와 넷마블도 투자설명서를 받아 간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에서는 이달 21일 예비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넷마블·텐센트 같은 전략적투자자(SI)들과 KKR·칼라일 같은 재무적투자자(FI)들이 합종연횡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관심사는 카카오·넷마블 등 토종 SI가 손잡은 후 국내 증권·보험사 등 FI들 도움을 받아 자금을 마련하는 형태의 '토종 연합군'이 탄생할지다. 두 회사가 힘을 합치는 게 막대한 인수자금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넥슨은 창업자 김정주 NXC 회장 및 부인→지주회사 NXC→넥슨(일본 상장사)→넥슨코리아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NXC가 넥슨 지분 47.9%를 갖고 있고 넥슨 시가총액이 13조원 안팎이라 순수하게 넥슨을 사들이는 데는 7조원 안팎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상장사의 공개매수(지분 3분의 1 이상 사들일 경우 원하는 다른 주주 주식을 모두 사야 함) 규정 때문에 최대 13조원가량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현재 카카오는 현금 동원력이 2조3000억원, 넷마블은 2조8000억원가량 된다. 여기에 더해 금융사 인수금융단이 꾸려질 경우 인수자금 모집에는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넷마블이 국내 인수금융의 선두주자인 한국투자금융그룹, 미래에셋금융그룹 등 주간사를 정해 FI들을 구할 경우 인수자금 확보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넷마블은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수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카카오와의 연대 구성 가능성도 열어놨다.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넥슨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카카오나 넷마블 모두 넥슨 인수에 성공할 경우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에 대해 "자회사 카카오게임즈가 캐주얼 게임 개발과 운영에 장점이 있어 넥슨의 캐주얼 게임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서 "카카오톡이 캐주얼 게임에 유리한 플랫폼이며, 카카오프렌즈처럼 게임 캐릭터 사업 확장에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지식재산권(IP) 게임이 없는 넷마블은 IP 확보와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 블리자드, EA 등 메이저 게임사들과 '규모의 경쟁'을 벌일 수 있다. 넷마블은 2017년 연 매출 2조4250억원으로 부동의 1위 넥슨(매출 2조2987억원)을 제친 바 있다. 넷마블이 넥슨을 인수하면 매출 4조7000억원(약 40억2300만달러) 규모로 점프하게 된다. 매출 기준 글로벌 1위 게임사 텐센트(101억8900만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글로벌 5위 게임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34억900만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매년 매출 1조원씩 버는 '던전앤파이터'라는 강력한 캐시카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IP 게임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실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구상에 변수는 중국 텐센트다. 텐센트는 카카오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는 3대 주주이고, 자회사를 통해 카카오게임즈에도 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6%를 확보하고 있다. 넷마블에도 17.66%를 갖고 있는 3대 주주다. 텐센트는 넥슨의 인기 게임인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2' 등을 중국 시장에 유통하는 등 넥슨과 직접적인 인연도 있다. 주요 주주인 텐센트를 연결고리로 합종연횡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조시영 기자 / 이선희 기자 / 이용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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