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월 30일 뉴스초점-'손가락 새해인사' 그만
입력 2019-01-30 20:13  | 수정 2019-01-30 21:01
명절 앞둔 이맘때면 휴대전화는 말 그대로 불이 납니다. 연신 울려대는 문자들. 지우기도 바쁜 '연하장의 공습' 때문이죠. 내용도 뻔합니다. '내년에도 항상 좋은 일만', '새해에는 더욱더 풍성한 한 해가', '뜻하는바 다 이루시고'. 다 어디서 본 듯한, 어디서 복사한 글귀들.

거기에, 빠지지 않는 해돋이 사진과, 말 한마디 없는 이모티콘, 동영상. 쉬지 않고 울리는 알림 소리, 드르륵드르륵 진동 소리, 이 정도면 어떤 사람에겐 연하장이 아니라 '공해'가 따로 없을 정도죠.

받는 사람도 '스팸 안부'라는 걸 다 알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인사를 받았으니 답장을 해야 하는데, 만난 지 너무 오래돼 이름조차 가물거리는 사람, 심지어는 저장되지 않은 번호까지 있으니 어떻게 답장을 해야 할지 이게 또 스트레스입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선정한 비호감 새해 인사 1위가 '스팸 메시지 같은 인사', 2위가 '한꺼번에 전송된 단체문자 같은 인사'였습니다. 무제한 문자 메시지가 사실상 공짜이고, 관계의 성격에 따라 그룹으로 분류해 놓고 동시다발로 같은 인사를 보낼 수 있게 됐지만, 이런 편리함이 오히려 피로감으로 변한 겁니다.

쉽게, 많이, 한꺼번에 보낼 수 있는 디지털 기술 덕에, 종이 연하장은 이제 찾아보기도 힘들어졌죠. 실제로 우정사업본부가 발행하는 연하장도, 판매되는 연하장도 해마다 계속 줄고 있습니다.

명절에 지인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는 건, 안부를 물으면서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던 우리 문화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따뜻한 감사의 '말'을 직접 건네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 모바일 연하장이라도 어디서 퍼다 나른 게 아닌, 그 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거라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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