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미북정상회담 눈앞서 대미협상 `선수교체` 왜?
입력 2019-01-24 18:54 

북한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불과 한달 앞두고 미국과 회담 의제를 조율할 실무책임자를 전격 교체해 의도가 주목된다.
북한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맞상대로 기존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 대신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를 내세웠다.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키 플레이어'를 교체한 북측의 결정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24일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방미결과를 보고한 내용을 전하며 대미협상 '선수교체' 사실을 에둘러 확인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은) 대표단이 백악관을 방문해 미국 대통령과 만나 제2차 조미(북미) 수뇌상봉(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하고 미국 실무진과 두 나라 사이에 해결하여야 할 일련의 문제들에 대하여 협상한 정형(상황)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북측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함께 김혁철 전 대사, 박철 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가 나란히 배석한 사진을 보도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22일(현지시간) 위성연결로 진행된 스위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연설과 질의응답에서 "김영철이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추가적인 진전을 이뤘다"면서 "비건 특별대표가 새롭게 지명된 협상 상대방(김혁철 대사)을 만났다"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와 김 전 대사는 북측 대표단의 워싱턴 방문때 숙소인 듀폰서클 호텔에서 별도로 실무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발간자료 상 김 전 대사는 2010년에 에티오피아 주재 대사를 시작으로 2011년부터는 주아프리리카연합(AU) 북한대표부 상임대표와 수단·남수단 대사를 겸임한 뒤 2014년에는 스페인 주재 초대 북한대사를 지냈다. 그는 2017년 9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스페인에서 '외교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돼 추방당했다.
정부 소식통은 "김 전 대사는 스페인 대사 이후로는 직책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외무성 국장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측이 외무성 국장급을 주요국 주재 대사로 파견하는 것을 감안한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사가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맡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다만 북측은 지난해 11월 통상 북아메리카국장이 겸임하는 외무성 미국연구소장 명의의 논평을 발표하며 소장의 이름을 '권정근'으로 명시했다. 김 전 대사는 과거 군축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북측이 김 전 대사를 대미협상에 투입하면서 새로운 직위를 부여해 대미 핵협상을 전담하도록 했을 개연성도 있다. 북핵문제 등 대북정책에 특화된 비건 특별대표와 비슷한 개념으로 북측이 미국과의 밀도있는 협상을 염두에 두고 외무성 직제를 개편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김 전 대사의 발탁을 북측의 대미·대한반도 전략 변화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북측이 대미 비핵화 협상과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협상을 동시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외교 소식통은 "앞으로 김 전 대사가 대미협상을 담당하고 최선희 부상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협상을 각각 맡게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 부상이 최근 스웨덴에서 열린 남·북·미 3자 실무협상에 참여한 것도 이같은 역할분담에 따른 결과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측으로서도 6자회담 수석·차석 대표와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과 미국국장(옛 북아메리카국장)을 거치며 대미관계에서 잔뼈가 굵은 핵심 실무진인 최 부상을 계속 중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