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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광주신세계·한국공항·현대리바트 `구두쇠 배당기업` 찍히나
입력 2019-01-23 17:38  | 수정 2019-01-23 20:33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정기 주주총회에서 '과소 배당'을 이유로 51개 상장사에 대해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신세계, 한국공항, 현대리바트는 최근 2년 이상 주총에서 과소 배당을 지적받았다. 국민연금의 저배당 기업 관리 프로세스를 감안하면 올해 주총 이후 '저배당 블랙리스트' 공개 대상 기업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매일경제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이 저배당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한 상장사는 총 51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정기 주총에서 배당 관련 지적을 받은 기업은 총 74개였다.
2014년 13개, 2015년 16개, 2016년 20개, 2017년 15개, 2018년 10개 등 매년 10개 이상 기업이 꾸준히 저배당 지적을 받았다. 이 중에는 현대모비스(2015·2017년)와 현대그린푸드(2014~2018년), 롯데케미칼(2017년) 등 코스피200 이내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부터 바이로메드, 컴투스 등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이 두루 포함됐다.
국민연금은 2015년 마련된 배당 관련 주주 활동 프로세스에 따라 3개년에 걸쳐 저배당 기업을 관리한다. 1년 차에는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진행하고, 다음 정기 주총 때까지 개선하지 않으면 비공개 중점관리기업(2년 차)으로 지정한다. 그다음 주총까지 개선 사항이 없을 때는 수탁자책임위원회가 공개 전환을 결정한다. 국민연금은 이 프로세스에 따라 지난해 5월 현대그린푸드와 남양유업을 '저배당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공개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정한 프로세스를 감안하면 사실상 2년 연속 저배당 기업으로 꼽히면 비공개로 중점관리 대상 기업에 포함된다. 광주신세계와 한국공항, 현대리바트 등은 최근 2년 이상 국민연금이 과소 배당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한 곳이다. 올해 3월 주총까지 배당 정책에 개선이 없으면 공개 대상 기업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아울러 '저배당 블랙리스트' 선정이 시행되기 이전에 저배당 기업으로 3년 이상 연속 지목받았던 태광(2014~2016년)과 롯데푸드(2014~2017년) 등 역시 국민연금이 재차 관리에 나설지 주목된다.
올해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에 더욱 불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배당 성향이 낮은 기업)을 기존 4~5개에서 8~10개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수탁자책임활동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배당 관련 안건을 반대한 기업, 의결권 행사 대상 기업 중 배당 성향 하위 기업 등을 선정해 중점관리기업으로 정하고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배당 요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배당을 하지 않더라도 신규 투자를 늘려 기업의 성장성을 제고하면 장기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단기에 무리한 배당 확대 요구는 기업의 투자 여력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는데, 국내 대표 장기투자 기관인 국민연금 역시 기업 옥죄기식 배당 확대 요구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의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진행돼 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저배당으로 지목받은 상장사마다 공개 결정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광주신세계는 2014년 이후 지난해 정기 주총까지 5년 연속 과소 배당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했음에도 공개 대상에서 이름이 빠졌다. 롯데푸드 역시 2014년부터 4년간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과소 배당을 지적했지만 공개 전환이 안 됐다.
상장사의 주당 배당금과 배당성향 등 배당 관련 수치를 찾아 대조하면 주먹구구식 배당 관련 주주 활동 관리가 더욱 눈에 띈다. 저배당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공개된 현대그린푸드는 주당 배당금이 2015년 60원에서 2017년 80원으로 올랐고, 배당 성향 역시 5.77%에서 6.16%로 높아졌다. 남양유업 역시 2015년 201억원, 2016년 41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17년에는 51억원으로 크게 줄어 배당 여력이 감소했지만 주당 배당금을 유지하면서 배당 성향이 크게 높아졌다.
반면 광주신세계는 영업이익이 2015년 548억원, 2016년 560억원, 2017년 563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배당 여력이 늘어났지만 2015년 이후 주당 1250원으로 정체되면서 배당 성향은 2015년 4.36%에서 2017년에는 4.18%로 줄었다. 광주신세계는 KB자산운용이 지난 2일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정책 확대를 요청하는 주주서한을 통해 자진 상장폐지를 요청하는 등 시장 관심도 큰 상황이다.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배당 성향이 높아진 반면 5년 연속 과소 배당을 지적했지만 배당 성향이 낮아지고 있는 상장사에 대해서는 되레 국민연금이 침묵한 셈이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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