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南北 고교생 탁구경기 결국 무산, 통일부 불허결정에 학생들 `울상`
입력 2019-01-23 09:23  | 수정 2019-01-23 10:01

이달 23일 개막을 목표로 추진됐던 남북 고교 탁구선수 경기가 통일부의 불허 결정으로 결국 무산됐다. 학생들에게 일정을 알리는 전라북도교육청은 대회가 열리기 불과 6일 전인 지난 17일에야 취소확정 공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5일 익산시·전북도교육청은 남북체육교류협회와 함께 '남북한 학생 체육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중국 윈난성 쿤밍(昆明)시에서 남북 고교생 탁구선수 15명이 합동훈련과 친선경기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이달 23일부터 내달 1일까지 열흘 간 남북 고교생이 함께 모여 훈련과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모아졌다.
남측에서는 익산 이일여고 선수들이 주축이 되고, 북측에서는 4.25 체육단 소속 탁구선수단이 참여해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또 선수단 환영만찬 등을 통해 남과북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됐다.
하지만 통일부에서 남북 체육교류사업을 최종 불허하면서 남북 고교 탁구경기는 무산됐다. 북측 선수들은 대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지난 9일부터 중국 현지에 나가 있었지만 남측이 참가하지 못하면서 자체 훈련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탁구대회가 취소되면서 현재 남자프로축구 경기만 진행하고 있다"면서 "축구는 연속사업으로 허가가 됐는데 탁구 경기는 신규 대회라 그런지 허가를 받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에서는 기존 지자체 체육교류 사업만을 유지할 것이라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통일부 한 당국자는 "익산시와 전북교육청 등 지자체의 과도한 참여가 진행되고 있어 남북 간 교류질서를 저해하고 교류 다변화에 대한 부정적 결과가 우려되고 있다"면서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앞서 지속적으로 교류해온 강원도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되도록 관련법에 의거해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지자체가 들어오게 될 경우 기존 질서를 깨뜨리고 무분별한 교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자체는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 스포츠 교류를 위한 사업마저 승인을 받지 못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김승환 전북 교육감, 정헌율 익산시장 등은 북측의 김일국 체육상과 함께 남북 문화체육교류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었다. 특히 올해 5월 익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북측 학생 출전 가능 여부를 타진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익산시청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은 오늘(22일) 출국해서 2월1일까지 훈련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면서 "좋은 기회였는데 학생들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통일부가 안된다고 하는데 뭐라고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경기가 불발되면서 학생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경기가 열린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학생들은 많이 서운해 한다고 하더라. 우리 입장에서도 참 안타까웠다"면서 "탁구팀 감독과도 통화해보니 학생들이 기대를 많이 했던 만큼 마음을 많이 다독여 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고 학생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남북 탁구교류가 취소된 만큼 향후에도 더이상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해당 교육청 관계자는 전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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