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월 22일 뉴스초점-레몬법 시행 유명무실
입력 2019-01-22 20:07  | 수정 2019-01-22 20:55
레몬법을 아십니까. 오렌지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신맛이 강한 레몬이었을 경우, 제품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한 법을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우리보다 44년이나 빨리 레몬법이 만들어져, 새 차를 샀는데, 같은 고장이 반복되면 아예 차를 바꿔주게 돼 있죠.

우리도 올해부터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자동차는 교환·환불도 불가능했고, 결함마저 소비자가 입증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법이 시행된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소식이었죠.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이 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자동차 매매계약서에 레몬법 내용을 넣어야 하는데, 국토부가 이 내용이 들어가도록 강제하고 있지 않습니다. 거기다 처벌규정도 없으니, 되려 현재 자동차 판매 대리점에서는 레몬법 기재를 요구하면 차를 팔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한다고 합니다. 교환이나 환불 조건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레몬법은 '1년 2만km 이내 중대한 하자 3회, 일반 하자 4회 이상 수리'가 조건인데,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2년 4만km 이내 중대한 하자 2회 수리'보다도 오히려 후퇴한 거거든요. 또 보상 범위 안에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규정도 없습니다.

자동차 결함의 유무를 판단하는 '자동차 안전 하자 심의위원회'는 중재 절차에 대한 강제력도 없습니다. 권고만 할 뿐이죠. 또, 최근 불거진 BMW 화재 사고처럼 차량이 홀라당 타버리면 레몬법 적용을 받지도 못하죠. 동일한 결함이 반복돼야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미국에서는 도요타가 급발진 관련 조사에 늑장 대응했다는 이유로 1조 3천억 원의 벌금을 물었습니다. 급발진 자체가 아니라, 조사에 늑장 대응해 소비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괘씸죄가 적용된 겁니다.

법이 시행됐다면, 실효성이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를 위한다고 법을 만들어 놨는데, 누구 한 사람 그 법으로 인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생색내기일 뿐이죠. 현재 만들어진 레몬법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는 이 허점투성이인 규정들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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