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천억 과징금 받을 처지 놓인 롯데마트…사실 여부는
입력 2019-01-22 15:20  | 수정 2019-01-23 08:36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업체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또 칼을 뽑아 들었다. 올해 처음 철퇴를 맞은 곳은 롯데마트다. 물류비 일부를 납품업체에 롯데마트가 전가시켰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의 제재나 과징금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물류비 떠넘기기와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공정위 유통거래과가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롯데마트에 전달했고, 이에 관해 롯데마트는 내달 초까지 공정위에 의견을 소명하는 것까지만 확인된 내용이다.

당사자인 롯데마트는 물론 다른 대형마트사들은 공정위가 이같은 절차에 돌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긴장의 이유는 크게 3가지. 관행적으로 이뤄진 물류비 계약이라는 점, 과징금 규모가 무려 4000억원대로 단일 유통사로는 최대 규모라는 점, 왜 하필 롯데마트냐라는 점이다.
우선 대형마트와 납품업체 간 물류비 계약을 둘러싼 관행의 문제가 거론된다.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납품업체에 일명 '후행 물류비(유통업체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 드는 물류비)'를 떠넘겼다고 보고 있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떠넘긴 기간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이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는 납품업체와의 물류비 계약은 업계 관행대로 이뤄졌고, 납품업체가 물류비 계약 형태를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물류비 관련 계약 자체는 선·후행 물류비를 따져서 하지 않고 있다"며 "납품업체는 롯데마트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매장으로 배송할지, 아니면 물류센터를 통해 할지 얼마든지 선택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 자사 물류센터를 이용할 경우 일정 부분 수수료를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것은 업계의 관행이라는 게 롯데마트 측 입장이다. 이는 롯데마트 뿐 아니라 이마트, 홈플러스도 관행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만약 공정위가 후행 물류비 관행을 문제 삼을 경우 전국에 있는 대형마트의 각 점포로 납품업체 차량이 수시로 들락날락거려야 한다는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란 얘기가 업계에서 나온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후행 물류비를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것이 부당하다면 하루에도 수백번 수십대의 운반 차량이 시내 한 복판에 있는 마트에 다녀가야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같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납품업체도, 대형마트도 경제적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런 관행이 생겨난 것으로 아는데 공정위의 판단으로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긴장의 이유로 꼽히는 과징금 4000억원의 규모다. 단일 유통업체에 부과되는 과징금으로 역대 최대치다. 중국 사드 여파 등으로 실적이 바닥을 찍은 롯데마트로서는 총력을 다해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물류비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유통업체에서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와 같은 혐의가 적용이 되면 그 과징금 액수는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여기서 일단 공정위 과징금 규모의 사실 여부부터 따져본 결과 4000억원 액수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 확정된 게 아니다. 공정위 유통거래과 관계자는 "과징금 4000억원이라는 얘기의 출처를 모르겠다"며 "심사보고서에도 과징금 규모는 들어가 있지 않고 롯데마트에 이를 통보한 사실까지 공정위에서 공개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일반적으로 대형마트가 납품업체에 저지른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해당 기간 매입금액의 2배 이하를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공정위가 문제 삼고 있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롯데마트가 납품업체들로부터 매입한 금액을 근거로 과징금 규모가 4000억원이라는 추정은 가능해 보인다.
공정위는 후행 물류비 관행과 관련해 롯데마트를 조사했다. 그러나 '왜 하필 롯데마트만이냐'란 점에서 공정위나 롯데마트는 물론 누구도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같은 관행을 두고 공정위의 칼날이 또 다른 유통업체를 얼마든지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실제로 공정위는 이마트, 홈플러스는 물론 쿠팡 등 다른 유통업체에까지 같은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물류비를 납품업체에 전가시키면서 재계약을 권유했다거나 특정업체를 대상으로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며 강제 계약을 맺었다면 공정위가 직권 조사를 했을텐데 그것이 아닌 상황에서 롯데마트만 조사를 한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물류비 부담을 둘러싸고 납품업체로부터 제보를 받았거나 해당 문제를 공정위 측에서 인지해 조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시작이야 어찌됐든 롯데마트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결과에 롯데마트 뿐 아니라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게 됐다.
롯데마트는 이미 김앤장 법률 사무소 공정거래팀을 선임해 방어 전선을 구축했다.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보낼 관련 의견 소명서를 바탕으로 이르면 오는 3월 전원회의에서 최종 처분과 과징금 규모를 확정 지을 계획이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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