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추적] 손혜원, 박지원 물고 늘어진 이유는?
입력 2019-01-20 19:30  | 수정 2019-01-20 20:20
【 앵커멘트 】
돌연 탈당 의사를 밝힌 손혜원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두고 '배신의 아이콘'이다 검찰 조사를 함께 받자, 이렇게 각을 세우고 나왔죠.
두 의원 간의 공방이 격화되는 모양새인데요, 두 사람이 이렇게 '정면충돌'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정치부 이동화 기자와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 질문 1 】
이 기자, 오늘 기자회견 내용 보니까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의 골이 제법 깊어 보이는데,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던 거죠?


【 기자 】
네 사실, 손 의원의 공격은 박 의원이 처음에는 손 의원을 두둔했다가 나중에 입장을 바꾼 데 배경이 있습니다.

박 의원은 앞서 지난 16일, "손 의원이 은퇴 후 목포 적산가옥에서 살겠다고 한 말을 들었다"며, "손 의원 측 부동산 매입이 투기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렇게 손 의원 편을 들어주다가, 손 의원이 매입한 부동산의 숫자가 22채가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자, 어제(19일) 돌연 다른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직은 사퇴하고 복덕방을 개업했어야 옳다.", "검찰 조사를 받아 사실을 밝히길 바란다"고 공격했습니다.

자신의 지역구인 목포에서 손혜원 의원이 점점 주목을 받자, 박 의원으로서는 견제할 필요도 있었던 거고요, 손 의원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겠죠.



【 질문 2 】
물론, 박 의원한테 서운했었을 수도 있지만, 초선의 손 의원이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 의원을 겨냥한 건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 기자 】
맞습니다. 손 의원이 그동안 여러 정치적 이슈에서 각을 세우고 자신의 생각을 밝혀왔지만, 거물 정치인을 상대로 정면 대결을 펼치는 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박 의원의 정치 경력과 영향력 때문에 가까운 동료 의원들조차 어려워하는 것도 사실인데요,

손 의원이 박 의원을 직접 겨냥한 건 '여론전'을 의식한 정치적인 노림수가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 기득권 세력을 상징하는 박 의원과 자신이 정면대결하는 구도를 만들어 내면, '신진세력과 기득권의 대결'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거죠.

그동안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관심이 집중됐었는데요,

이제는 기득권 세력이 도시 재생 사업을 방해한다는 메시지를 내보내, 자신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고 싶었을 겁니다.


【 질문 3 】
그런데 탈당을 한다고 해놓고는 민주당 원내대표인 홍영표 의원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이건 어떤 뜻으로 봐야 할까요?


【 기자 】
오늘 기자회견에서, 손혜원 의원의 발언에 앞서 홍영표 대표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잠깐 홍 대표 발언 들어보고 가시죠,

▶ 인터뷰 : 홍영표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당적을 내려놓겠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만류를 많이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혜원 의원께서 당에 더이상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고 해서….)"

그동안 손 의원의 탈당을 만류해왔는데, 그럼에도 손 의원이 탈당해서 의혹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돌아오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력해 막을 수 없었다는 겁니다.

당에 부담을 주고 떠나는 사람이지만, 기자회견을 함께함으로써 당 안팎의 사람들과 손 의원에게 앞으로도 힘을 실어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민주당이 손 의원의 주장을 일단 믿고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할 때까지는 손 의원도 탈당 의사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야당의 공세도 거세졌고, 여론도 손 의원 주장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했고, 특히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도 연루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자 부담이 컸을 겁니다.


【 질문 4 】
사실 이렇게 손 의원이 연일 목포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하니, 목포에서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고, 이러다가 목포에서 다음 총선 때 나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리고 있습니다.
손 의원, 목포에서 출마할까요?


【 기자 】
목포가 지역구인 박지원 의원도 이 부분이 아마도 신경 쓰일 겁니다.

손 의원은 오늘 기자들에게, 자신의 목포 출마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밝혔었던 만큼, 목포뿐만 아니라 현재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서도 불출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을 예상했던 건지 목포에 출마할 의향은 궁금하지 않느냐며 질문을 유도하기까지 했는데요,

굳이 박지원 의원을 겨냥해, 배신의 아이콘인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치는 후보가 있다면 그 후보의 유세차를 함께 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계속해서 목포 발전을 물론 목포의 정치에도 영향을 끼치겠다고 한 건데요,

손 의원이 지역을 위해 힘쓰겠다고 나선다면, 지역 주민들이 마다할 필요도, 인기를 거둘 필요도 없겠죠,

총선까지는 앞으로 1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지역을 위해 나서 달라고 한다면, 또 당이 헌신해달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입니다.

누구를 위해 유세차를 탈 것인지는 내년 봄에 한 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앵커멘트 】
손혜원 의원이 당적을 내려놓고 목포를 위해 일하겠다면서도,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를 하는 세력과 정면 투쟁을 예고하면서, 이 문제 쉽사리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투기 의혹을 세력 간 다툼 의혹으로 이슈 전환을 시도하면서, 이에 맞서는 박지원 의원도 꽤 골치가 아프겠습니다.
지금까지 이동화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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