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슈진단] 브라질 투자키워드, 경제 아닌 정치
입력 2019-01-14 17:22 
연초부터 브라질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새 우파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일 취임한 이후 증시가 급등하고, 헤알화 통화 가치가 동반 상승하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브라질 채권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지난 20년 동안 브라질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세 번의 변곡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좌파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2년이었다. 브라질도 망한다는 의견이 주류였던 당시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PIMCO)는 달러당 4헤알 수준에서 브라질 채권을 대거 매수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 전 행보와 달리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후 브라질 채권 투자는 9년간 투자자들에게 56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안겼다.
두 번째는 브라질 채권이 국내에 본격 소개되기 시작한 2012년께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함께 브라질 정부의 반시장적인 정책으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유출되는 시점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높은 재정적자가 지속되면서 정부 부채가 급증했지만 당시 투자등급으로서 양호했던 경제지표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비과세 혜택에 주목한 결과 국내 투자자들은 참담한 투자 실패를 경험했다.
세 번째는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 후 탄생한 시장 친화적인 차기 미셰우 테메르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익률 71%를 기록한 2016년이다. 그러나 남은 임기를 맡은 테메르 정부가 1년 만에 역시 부패 문제로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면서 2017~2018년 브라질 금융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타며 지난해 10월 대선을 통한 국민의 개혁 의지를 확인해야 했다.

브라질 투자에 세 번의 변곡점을 관통한 키워드는 정치적 변화였다. 우리가 항상 뒷북 투자를 했던 까닭은 투자 사이클의 변화가 '경제지표'가 아닌 '정치와 제도적인 변화'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기등급은 채권 투자를 권유할 수 없고 투자등급이 돼야만 판매할 수 있다"는 우리 당국의 방침은 적절한 투자 시점을 실기하고 오히려 뒷북 투자를 낳을 수 있다. 투기등급일지라도 시장 친화적 변화가 일어날 때 적극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안목과 함께 제도적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
올해 브라질 투자의 성과를 결정지을 변수는 연금개혁일 것이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현행 남성 55세, 여성 50세인 연금 수령 시기를 각각 62세와 57세로 늦추는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개혁안은 테메르 전 정부안보다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개혁안 통과 가능성은 높아졌으나 개혁 강도가 약화되면서 이로 인한 헤알화 가치의 강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내년부터 브라질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금리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 약간의 채권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2016년부터 이어진 시장 친화적 개혁의 흐름과 경기 회복 추세가 예상됨에 따라 투자자들은 정치경제적 변화를 지켜보며 분할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 볼 만하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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