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한양행, 독자 개발 과제로 8800억원 규모 기술 수출
입력 2019-01-07 15:54  | 수정 2019-01-08 10:50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한 유한양행이 행사 개막 전 88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낭보를 전했다. 이번 기술 수출로 유한양행은 매출 규모 면에서 국내 1위지만 연구·개발(R&D) 부문이 약하다는 평가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에 개발 중인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개발 과제의 개발·판매 권리를 넘기고 최대 7억8500만달러(약 8800억원)을 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유한양행은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 해당 과제를 개발·판매할 권리를 넘기기는 대가로 1500만달러의 계약금, 개발·사업화 단계에 따른 7억7000만달러의 마일스톤, 판매에 따른 경상기술료를 받는다.
기술수출된 개발 과제는 두 가지의 약물 표적에 작용하도록 설계된 합성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계약 상대방인 길리어드가 간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는 회사라는 점에서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하던 신약 후보물질의 사업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길리어드의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는 지난 2017년 국내 원외처방 시장에서 1660억원어치가 팔려 처방액 1위에 오른 바 있다.
유한양행은 이번 성과로 R&D 역량을 인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수출된 과제가 유한양행이 독자적으로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전까지 비리어드를 비롯해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치료제 트윈스타 시리즈 등 다국적 제약사의 대형 품목을 판매하면서 매출 기준 국내 1위에 올랐지만, R&D 투자에 소홀하다는 업계의 혹평을 받아왔다.

실제 유한양행이 지난해 폐암 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최대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하자 업계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한양행이 R&D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유망한 후보물질을 잘 골라 도입해 대박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회사 외부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해 투자하는 신약 개발 전략을 말한다.
유한양행과 길리어드가 맺어온 파트너십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한양행은 길리어드의 B·C형간염 치료제인 비리어드·소발디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데 더해 계열사인 유한화학은 길리어드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이번 기술수출 계약을 성공시킨 뒤 "길리어드와 오랜 신뢰와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심화시킬 수 있게 됐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한편 7~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유한양행에 이어 또 다른 기술 수출 계약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유한양행 외에도 국내 30여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어서다. 특히 국내 바이오 빅2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란히 메인트랙 발표에 나설 정도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세계 최대의 제약·바이오 산업 투자 행사로 꼽힌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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