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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희 분장감독, 영화의 중심을 세운다 [M+안윤지의 PICK터뷰]
입력 2019-01-07 10:01  | 수정 2019-02-19 21:49
최근 조태희 감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하늘분장, 아담스페이스
한 장면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주인공, 그를 받쳐주는 다른 인물,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빛과 그림자까지 있죠. ‘안윤지의 PICK터뷰에서 한 씬(scene)을 가장 빛나게 만든 주인공의 모든 걸 들려 드릴게요. <편집자주>

[MBN스타 안윤지 기자] 또 하나의 지평을 열었다. ‘분장이란 단어에는 일반적으로 단순히 메이크업만 생각한다. 그러나 조태희 분장감독은 ‘영화의 얼굴창조전을 통해 단순히 메이크업만 뜻 하는 것이 아님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 조태희의 손

근 17년간 다른 사람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조태희 감독이 그간의 내공을 모두 담은 전시회를 열었다. ‘영화의 얼굴창조전은 분장 도구뿐만 아니라 영화의 뒷이야기까지 보여주며 각 섹션마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을 들게 만든다.

8년 정도 수집했다. 모으다 보니 양도 많아져 계속 이사를 다녔다. 또 작품이니만큼 아무데나 갈 수가 없었다. 그 상태 그대로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생하다가 전시회를 연 날이 되니 꿈꿨던 순간이 실현돼 기뻤다. 뿌듯했다.”

지난해 12월 첫 포문을 연 ‘영화의 얼굴창조전의 반응은 모두 긍정적이었다. 신선하다는 평가 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분장사란 개념을 확장 시켰다. 성대하고 굉장한 전시회였지만, 그 이면에는 대단한 노력이 숨겨져 있었다. 앞서 말했듯 작품의 보존을 위해 계속해서 이사 다니고, 영화 속 스틸컷의 저작권 때문에 협상하는 것 또한 1년여 시간이 소요됐다.

작품도 그렇지만, 이를 거치하는 나무를 고르는데도 신중을 가했다. 아크릴 같은 것도 시도해봤지만, 너무 없어보이더라. 상투나 비녀들이 퀄리티가 좋은데 이런 게 빛나기 위해선 밑받침이 고급스러워야 했다. 그래서 최고급 수입 목재를 사용했다. 어느 부분도 퀄리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대립군 이정재 컨셉 드로잉, ‘박열 이제훈 컨셉 드로잉 사진=영화의 얼굴창조전

◇ PICK-SCENE ‘영화의 얼굴창조전

전시회를 둘러볼 때 가장 눈에 띄는 건 다름 아닌 콘셉트 노트다. 각 영화 인물별로 어떤 표정과 머리색,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지 등 상세하게 적혀있다. 분장감독이 하는 일이 메이크업으로만 한정지어 알았을 사람의 경우, 굉장히 놀랄만하다.

영화 시나리오 제안과 캐스팅 리스트를 받는다. 그러면 우리는 성격과 성향, 연도별 배경, 사극이라면 허구 인물인지, 실존 인물인지, 선한지 악한지 등 캐릭터의 모든 걸 분석하고 만들어나간다. 특히 사극의 경우엔 한 배우가 같은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어떤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겹치면 안 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수많은 작품을 보고 최대한 많은 시안을 만들다.”

그가 영화 ‘광해를 시작으로 ‘사도 ‘형 ‘안시성 ‘완벽한 타인 등 분야를 넘나들며 수많은 작품을 해왔다. 사극은 어느 정도 틀이 정해져 있어서 콘셉트를 잡는 게 예측되지만, 현대물의 경우 전혀 예측되지 않았다.

사극은 고증과 창작의 싸움이라면 현대물은 캐릭터가 확실하게 정해져있어야 한다. 영화 ‘형에서 도경수는 가족과 그리움, 유도할 때의 모습 두 가지였다. 유도할 때는 본인 머리를 직접 짧게 잘라 촬영했고, 형으로 출연하는 조정석 배우와 함께할 때는 가발을 쓰고 촬영했다. 영화 ‘변산의 박정민, 김고은도 똑같다. 3년 전, 5년 전 등 시간대 별로 머리 모양이 다르고, 다른 부분은 모두 부분가발을 사용한 것이다.”

조태희 감독은 영화 ‘특별 시민도 함께 예시로 들어줬다. 당시 최민수 캐릭터에는 파마머리도 있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민수 선배님의 모든 작품을 봤다. 그래서 가르마 방향을 바꿔보기도 하고 다운펌을 하기도 하고, 파마머리도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것까지 시안을 잡았다. 그래야 캐릭터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도 자신이 그리는 캐릭터가 있고, 배우도 자신이 생각한 캐릭터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캐릭터 모습을 최대 10안 까지 만들어 가져간다. 각자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광해군, 분장의 역사월, 사도관 사진=영화의 얼굴창조전

◇ 조태희의 인생 PICK

아직 40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전시회를 연 조태희 감독. 또한, 현재 배우 김래원-원진아의 영화 ‘론 리브 더킹, 설경구-조진웅 주연 ‘퍼펙트맨 그리고 준호-정소민 주연 ‘기방도령까지 스케일이 큰 영화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행복한 기억만 있을 것 같았지만, 예상외로 가장 생각났던 순간은 지난 2005년 아무런 일도 들어오지 않을 때였다.

당시 일이 하나도 없어서 필모그래피를 직접 제작해서 영화사 100군데에 돌렸다. 그런데 한 통도 연락이 없더라. 그때는 영화만 하면 엎어지기도 하고, 돈도 못 받았고 찍다가 촬영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도전했다. 그 당시 (나의 프로필을) 받은 사람들이 대표가 되신 분이 있다. 그래서 가끔 보면 나를 기억한다. 그런 점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아마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다.”

조태희 감독은 이제 꿈을 다 이룬 것 같지만, 아니었다. 그에게는 앞으로도 이뤄야하는 두 가지의 목표가 존재했다.

나의 분장회사에서 직원을 백 명 넘게 채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데뷔하는 사람도 생기고 나와 같은 후배들이 계속 나와서 같은 동료로서 일하고 싶다. 그들을 채용해서 다음 작품에 대한 걱정거리를 해소시켜 주고 싶다. 또한, 난 계속 작품을 할 거고 그러면 작품들은 계속해서 업데이트가 되고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 안윤지 기자 gnpsk13@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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