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유명을 달리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7)의 유족이 추모에 함께해준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 속에서도 정신과 의료진들의 안전과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걱정해 다시 한 번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6일 유족 측은 고인과 절친했던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통해 '감사의 글'을 공개했다. 이들은 "고인의 죽음은 마음의 상처를 다루는 정신건강 의료진과 여러 의료진들의 안전 확보의 이유가 될 것"이라며 정신과 의료진들의 안전한 진료 환경에 대한 대책을 당부했다. "나아가 위험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의 안전을 살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유족은 마음의 고통이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 없이 누구나 쉽게 정신적 치료와 사회적 지원을 받는 게 고인의 뜻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고인의 이러한 뜻을 기리고자 많은 분들이 새해를 맞는 기쁨의 순간 바쁜 시간을 쪼개어 빈소를 찾아주시거나 멀리서나마 애도와 위로를 전해주셨다"며 "고인이 평소 하시던 말처럼 저희에게 '힘들어도 오늘을 견뎌 보자고,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 함께 살아보자'는 고인의 뜻이 저희 유족과 고인을 애도하고 추모해주신 분들을 통해 드러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고인에게도 "생명이 위협 받는 순간에도 주위를 살펴봐 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우리가 살았어요. 우리 함께 살아보자는 뜻 잊지 않을게요."라며 마지막 한마디를 전했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의 환자 박 모씨(30)가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결국 사망했다. 지난 4일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영결식과 발인이 엄수됐다. 시신은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 후 안장됐다. 유족은 고인의 유지대로 정신질환자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치료받는 데 써달라며 장례비를 제외한 조의금 전부를 강북삼성병원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의료진 보호를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2일 밝히고 일선 정신과 진료현장에 안전상 문제가 없는지 실태조사에 나섰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임 교수와 같은 피해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 '임세원법' 제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의료진 안전을 위한 비상벨·비상문·비상공간 확보, 진료실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반의사불벌죄 적용 배제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될 전망이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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