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김평일 "대화와 제재 양립할 수 없어…신뢰 바탕으로 풀어나가야"
입력 2019-01-04 11:08  | 수정 2019-01-04 22:54
김평일 주 체코 북한대사가 김정일 사망 7주기 행사가 열린 체코 북한대사관에서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 = 백두산 체코·북한 친선협회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삼촌이자 주 체코 북한대사인 김평일이 3년여 만에 4일 확인됐다. 지난 2015년 체코 대사로 임명된 이후 행적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지에서 김정일 사망 7주기 행사에 참석하며 침묵을 깨고 건재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체코 소식을 다루는 북한매체 백두산은 홈페이지에 김평일이 주 체코 북한 대사관에서 김정일 사망 7주기 행사에 참석했다는 글과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김평일 대사는 그간 잠행설을 비롯해 신변 위협에 노출됐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바 있지만 이런 의혹을 불식시킨 것이다.
해당 소식통은 "김평일 주 체코 북한대사는 체코 내에서 건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김정일 기일 행사 사진은 김평일이 잘 보이지 않도록 사진을 게시했지만 올해는 김평일을 사진에 중점적으로 부각하며 건재함을 나타내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 백두산은 "지난 12월 18일에 김정일 사망 7주기를 기념했다"고 전했다. 해당 글이 18일 오전 게시가 된 것을 감안하면 기념행사는 김정일의 기일인 17일에 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평일 주 체코 북한대사(왼쪽)가 체코 상원의원 Frantisek Bublan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 체코상원 홈페이지]
이날 추모식에서 김 대사는 체코어로 축사를 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민족자주 원칙에 입각한 통일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입장이나,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핵 군축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선언 정신에 따른 신뢰를 구축하고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신뢰를 바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제재는 대화와 양립할 수 없으며 미국은 북한이 진행한 비핵화를 위한 우호적인 예방조치에 부합해 대북제재를 즉시 해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평일 대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기일 행사에 참석했다고 백두산은 전했다. 1954년 8월 10일생으로 알려진 김 대사는 김일성 주석의 둘째 부인인 김성애의 아들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하자 권력에서 밀려나 핀란드,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를 거쳐 현재 체코 대사를 맡고 있다. 지난달 통일부는 김평일의 어머니인 김성애가 지난 2014년 사망한 사실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북측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난 2014년 말에 김평일 당시 주 폴란드 북한대사가 일시 귀국한 뒤 2015년 초 체코로 건너가 대사로 부임한 시점이 김성애의 사망시기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2015년 체코로 부터 신임장을 받은 김평일 주 체코 대사는 이곳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한 바 있다. 김 대사의 근무지 이동은 1998년 1월 주 폴란드 대사로 임명된 이후 17년 만이었다. 그 해 7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평양에서 열린 제43차 대사회의 기념사진을 통해 김평일 대사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대사는 김정은의 뒷줄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지난 2017년 김정남 사망 직후 김 대사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오며 주목을 받았지만 행적은 묘연했다.

체코 내에서 대사로서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는 지난해 2월 체코 상원의원인 Frantisek Bublan과 회동을 한 바 있다. 당시 만남은 체코 상원 사이트에 사진 등이 게시됐다.
현재 그의 신변에는 별다른 위험은 감지되지 않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체코 인터넷언론사 '노빈키(Novinky)'는 체코 경찰 대변인을 인용해 김평일 북한대사에게도 다른 국가의 대사와 동일한 수준의 신변보호를 제공하고 있으며 김 대사 측으로부터도 더 높은 수준의 보호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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