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몸집키운 강성부펀드 ㈜한진 지분 8% 확보
입력 2019-01-03 17:53  | 수정 2019-01-03 20:17
◆ 레이더M ◆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CGI가 한진칼에 이어 한진칼 자회사인 (주)한진 지분 매집에 나섰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전방위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3일 KCGI는 KCGI가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회사(SPC)인 유한회사 엔케이앤코홀딩스 등이 (주)한진 지분 8.03%를 장내외 매수를 통해 지난달 26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지분 투자 금액은 총 506억원 규모다. 보유 목적은 한진칼과 마찬가지로 경영 참여다.
KCGI는 공시를 통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54조 제1항에 명시된 임원의 선임 해임 또는 직무 정지 등 관련 행위를 회사의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조선내화는 장외거래를 통해 보유 중이던 (주)한진 지분율이 기존 5.97%에서 1.53%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조선내화가 KCGI에 보유 한진 지분 중 일부를 장외 거래로 넘긴 셈이다.
KCGI는 (주)한진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최근 2호 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는 조만간 한진칼에 이어 한진에 투자한 목적·배경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이 같은 KCGI 움직임에 대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특별한 입장을 내놓을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연말 외국으로 출국해 이날 현재까지 현지에 체류 중인 상태다. KCGI는 조만간 추가 자금 투입을 통해 (주)한진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자본시장법상 PEF는 경영 참여 목적 투자를 위해선 기업 지분을 최소 10% 이상 확보하도록 돼 있다. (주)한진은 물류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다. 이날 기준 한진칼(지분율 22.19%)을 비롯한 조양호 회장(6.87%)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33.13%를 보유하고 있다.

KCGI가 (주)한진에 주목한 이유는 (주)한진 감사 교체를 통한 경영 견제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근희 (주)한진 감사는 올해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KCGI는 지난해 말 주주명부가 폐쇄되기 전 지분을 확보하며 올해 주주총회에 참석할 자격을 획득했다. 특히 최대주주인 한진칼 등은 감사 선임을 위한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주요 주주 구성 역시 KCGI에 우호적이다. 최대주주를 제외한 주요 주주로는 국민연금공단(7.41%) 쿼드자산운용(6.49%) 조선내화(1.53%) 등이 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등 주주가치 중시 투자를 천명했다. 헤지펀드운용사 쿼드자산운용은 최근 경영 참여형 PEF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어 KCGI와 뜻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조선내화는 KCGI 펀드 출자자 중 한 곳으로 알려져 KCGI와 같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과 KCGI 지분을 모두 합치면 현재 지분율은 23.46%다. KCGI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에 성공한 이후 (주)한진이 보유한 토지 등 자산 재평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주)한진 주가는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2일 3만7200원에서 이날 5만1000원으로 37.10%나 급등한 상태다.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과 더불어 택배 업종 업황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움직임이다.
이 같은 주가 상승에도 이날 (주)한진 시가총액은 610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9192억원 대비 현저히 낮다. 이를 주가순자산비율(PBR)로 환산하면 0.66배에 불과하다. 자산재평가가 이뤄지면 PBR는 더욱 낮아지며 주가 상승 여력도 그만큼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자기자본이 자산 재평가를 통해 크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주)한진이 보유한 인천 북성동, 부산 범일동 등 토지는 장부가액 대비 담보설정액 비율이 82.8%에 달한다. 토지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통상 50% 이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토지의 실제 가치는 더욱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조시영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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