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돈없어 노역않도록 벌금 대출"…장발장은행 100번째 전액상환자
입력 2018-12-29 14:20  | 수정 2019-01-05 15:05


퀵서비스 배달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A(37) 씨는 작년 예비군 훈련에 불참해 1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고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형편인 데다 당장 100만원 벌금을 낼 여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노역장에서 강제노역하게 될 생각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막막하던 차에 A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은 '장발장은행'이었습니다.

장발장은행은 '가난이 죄'가 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인권연대가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2015년 2월 설립된 장발장은행은 벌금을 못 내 교도소에 가는 사람이 없도록 소년·소녀 가장, 미성년자, 차상위 계층 등에게 무이자로 벌금을 대출해왔습니다.

같은 벌금형이라도 대상자의 재산 상태에 따라 그 효과는 다르기 마련입니다. 부자에게 벌금 100만원은 교정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푼돈에 불과하지만 A씨처럼 가난한 사람에게는 몇 달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야 겨우 낼 수 있는 큰돈이기 때문입니다.

벌금을 낼 능력이 없는 이들은 노역장에 유치돼 사실상 단기 징역형을 살게 됩니다. 이런 탓에 경제적 불평등이 형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작년 7월 장발장은행에서 80만원을 대출받은 A씨는 올해 3월 모든 대출금을 상환했습니다. 보증 없이 오로지 사람만 믿고서 돈을 빌려주기에 갚지 않고 떼먹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오늘(29일) 인권연대에 따르면 A씨와 같은 장발장은행 전액 상환자가 이달 24일로 100명을 돌파했습니다.

인권연대 관계자는 "담보도, 이자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신뢰만으로 대출을 진행하는 상황이라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100번째 상환자가 나오게 돼 뜻깊다"고 말했습니다.

장발장은행은 이달 24일 기준 모두 53차례 대출 심사를 해 626명에게 11억7천303만7천원을 대출해줬습니다. 310명이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으며 100명이 대출금 전액을 상환했습니다. 총 상환금은 2억8천29만7천원입니다.

A씨는 "장발장은행의 도움으로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됐고 이자에 대한 부담 없이 차근차근 돈을 갚아나갈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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