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값 떨어지는데 규제는 안풀어…"남양주·해운대 `실망`
입력 2018-12-28 17:14  | 수정 2018-12-28 20:42
국토교통부가 수도권에 3곳의 조정대상지역을 추가한 것은 집값 상승 우려가 있다면 어디든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집값이 안정되는 분위기인 가운데 3기 신도시·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이 호재로 작용해 '풍선효과'가 일어날 만한 곳에 '사전 조치'를 한 셈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해 달라던 부산시도 4개 지역만 받아들이고 해운대구 등 3개 지역을 '집값 상승 우려가 있다'며 남겨둔 점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정부는 수원 팔달구와 용인 수지구·기흥구를 추가 지정한 것은 '가격이 오른 데다 해당 지역이 개발 호재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 지역은 GTX A노선 착공, GTX C노선 예비타당성 통과, 신분당선 연장 등 앞으로 들어설 광역교통망과 관련이 깊다.

최근 1년간 주택 가격이 4.08% 오른 수원 팔달구는 GTX C노선(양주덕정∼수원)이 지나고 신분당선 연장(광교∼호매실)에 따른 교통망 확충이 예정돼 있다. 용인 기흥구도 GTX A노선(파주운정∼화성동탄)과 서울∼세종고속도로가 지나고 용인경제신도시 등 개발 호재도 있어 1년 새 집값이 5.90% 뛰었다.
용인 수지구는 신분당선 효과와 '강남 대체지' 후광효과 때문에 비규제 지역 중 최근 1년간 집값 상승률(7.97%) 1위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들 지역에서 '서울 집값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위험을 걱정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투자자금이 3기 신도시와 신규 교통노선 등을 노리고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이례적으로 인천 계양, 과천 등 수도권 택지개발 지역과 GTX역사 예정지를 거론하며 투기 과열 조짐을 경고하기도 했다.
유력한 해제 심사 대상이던 경기 남양주가 제외된 사실도 비슷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10월 1순위 마감에 성공한 수원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 견본주택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진 제공 = 대우건설]
국토부는 "왕숙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데다 예비타당성조사 요건 완화를 검토 중인 GTX B노선(인천송도∼남양주 마석)의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서울 집값이 안정돼 '한숨 돌린' 상황에서 택지 개발·광역교통망 등 개발 호재가 시장에 엉뚱한 신호를 주는 일을 막으려 한 듯하다"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부동산랩장은 "앞으로 부동산 대책은 국지적인 과열 지역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재정자금과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투입되는 택지지구와 교통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지역이 정부 규제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기 신도시 지정에 따른 물량 폭탄 부담에 이어 이번 조정대상지역 해제도 불발된 남양주 주민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 지역 한 주민은 "경기 악화 때 규제를 더하겠다는 발상은 역주행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수도권 3곳을 규제 대상지로 추가하면서 부산 4개 지역(부산진구·연제구·남구·기장군 일광면)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풀어줬다. 하지만 지역 주택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이 지방 시장을 붕괴시킨다는 비판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규제를 완화했지만 집값 반등 우려에 '시늉'만 했다는 뜻이다. 7개 지역 모두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던 부산시도 실망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국토부는 이번에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여전히 남겨뒀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제외된 지역과 그러지 않은 지역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감정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집값 하락률은 해운대구(-5.41%) 수영구(-4.01%) 동래구(-4.96%)나 조정 대상에서 해제된 지역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정부는 청약경쟁률이 여전히 높은 동래구와 거주 여건이 우수하나 준공 물량이 적은 해운대구와 수영구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과열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부산 동래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9월 분양한 동래 래미안아이파크가 평균 17.3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준 듯하다"며 "하지만 이 단지는 이후 미계약 물량이 많이 나온 곳"이라고 항변했다.
부산시 관계자도 "해운대와 수영이 선도적으로 집값을 올리기는 했지만, 가격이 이미 많이 떨어졌다"며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지만 거주민 우선 공급은 '거꾸로' 강화된 것도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시장이 다시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조정대상 7개 지역의 거주민 우선 공급 거주기간 요건을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또 부산시 지역별로 투기단속대책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부산 해운대구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 상승 분위기가 꺾인 지는 이미 오래됐다"며 "조정대상지역에서 풀어주지는 않고 규제를 하나 더 넣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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