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루벤스 '한복 입은 남자' 그림 속 인물, 한국인 아니다…"명나라 상인 이퐁"
입력 2018-12-28 08:21  | 수정 2019-03-28 09:05

17세기 바로크의 대가 페테르 루벤스가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으로 잘 알려진 '한복 입은 남자' 그림 속 인물이 조선인이 아닌 명나라 상인 이퐁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어제(27일)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테이스 베스트스테인 교수는 2016년 현지 학술지 '네덜란드미술사연보'에 기고한 논문에서 '한복 입은 남자' 그림 속 인물이 명나라 상인 이퐁이라고 밝혔습니다.

베스트스테인 교수는 "한국인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영화나 소설 속 안토니오 코레아 서사에 더 이상 속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껏 '한복 입은 남자' 그림 속 인물은 '안토니오 코레아'로 알려졌습니다. 안토니오 코레아는 유럽을 방문한 최초의 조선인 청년입니다.


안토니오 코레아가 그림 속 인물로 알려진 것은 2004년 곽차섭 교수가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를 통해 조선인 노예가 루벤스의 모델이 됐다고 주장하면서부터입니다.

베스트스테인 교수는 그림 속 인물이 중국인인 것을 입증하기 위해 2개의 새로운 그림을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루벤스의 제단화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에 등장하는 동양인, 다른 하나는 17세기 니콜라스 드 프리서가 남긴 '앨범 아미코룸'에 수록된 중국 상인의 초상화입니다.



이 두 그림과 기존 루벤스 소묘의 복장과 포즈, 얼굴 모양은 굉장히 흡사합니다. 베스트스테인 교수는 루벤스가 네덜란드에서 이퐁을 실제로 만나 그렸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루벤스는 이퐁이 도착하기 3주 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드 프리서의 초상화에는 주인공이 한자로 자신을 설명하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글에는 "내 이름은 '이퐁', 중국 명나라 상인이며 (인도네시아) 반탐을 거쳐 (네덜란드) 제란트에 왔고, 반탐을 거쳐 다시 명나라로 간다. 1601년 새해에 제란트에서 쓴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기록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온 최초의 중국인 '인포(Inpo)'가 나옵니다. 인포는 1600년 5월 31일 반탐을 거쳐 플랑드르에 도착했고 6개월가량 머물다 귀국했습니다. 이에 베스트스테인 교수는 인포와 이퐁이 동일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껏 '한복 입은 남자' 그림 속 인물의 조선인설 근거는 소묘에 보이는 겉옷이 철릭(조선시대 무관의 옷)과 비슷하고 모자가 네모난 방건과 유사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퐁은 "우리는 말총으로 그물처럼 높고 둥근 모자를 쓴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 제단화와 이퐁 초상화 모두 모자 끝이 둥급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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