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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PMC:더 벙커’ 김병우 감독 “새로운 영화적 체험이 미덕…다 쏟아부었다”
입력 2018-12-28 07:01 
김병우 감독이 하정우와 다시 함께한 `PMC:더 벙커`로 5년 만에 관객들 앞에 섰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김병우 감독(38)은 신작 ‘PMC : 더 벙커를 내놓으며 모든 걸 쏟아낸 작품”이라고 했다. 최선을 다한 만큼, 흥행 여부와 상관 없이 후회도, 미련도, 아쉬움도 없단다.
영화 PMC: 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된다. 북한 지도자 킹이 있는 이곳에서 작전의 키를 쥔 북한 닥터와 함께 펼치는 이야기를 다룬 전투 액션이다. 지난 2015년 장편 데뷔작인 ‘더 테러 라이브로 558만4139만 관객을 동원, 각종 영화제의 신인 감독상을 휩쓴 김병우 감독의 신작이다.
절친한 하정우와 또 한번 의기투합, 5년만에 돌아왔다. 이번에도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1인칭 앵글(POV, Point of View 카메라 촬영기법, 1인칭 시점으로 시청자가 직접 눈으로 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내는 방식) 캠을 사용해 관객들에게 직접 게임을 하는 듯한 생생한 체험을 선사한다.
김 감독은 긴장감이나 서운함, 그 외 어떤 감정도 느낄 새가 없을 정도로 바빴다. 언론시사회 전날까지 작업을 했다”며 종 치고 답안지를 내기 직전까지 검토해보자는 마인드로 임했다. 후반 작업만 1년 넘게 했고 보는 데만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정말이지 모든 걸 쏟아부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국가 간의 대립으로 봤을 땐, 이념이나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될 수밖에 없는데 제가 포커스를 맞추고 싶은 건 거대 강대국 힘 싸움 안에서 대리전을 치를 수밖에 없는 개인이었어요. 그래서 국적을 배제하고 싶었고, 벙커 안에 들어온 이들이 어떤 극한 상황에 처해 무슨 일을 펼치는데 ‘전우애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돈을 받고 일한다면 어떨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됐어요. 군인이란 캐릭터는 변화 폭이 넓지 않지만, 직업적 용병이라고 하면 후반에 재밌을 거라 생각했죠.”
국적도 명예도 없이 전쟁도 비즈니스라 여기는 글로벌 민간군사기업을 뜻하는 PMC(Private Military Company)를 영화화 한 ‘PMC는 DMZ 지하 30m의 벙커라는 확장된 세계를 배경으로 신선하고도 화려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그는 빠르게 돌아가는 앵글이나 쇼트 등 현장감을 극대화시키는 게 최우선이었다. 현장이 인물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면서 어떤 장면은 ‘좀 과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멀미를 호소하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며 살짝 웃었다.
에이헵(하정우)과 윤지의(이선균)의 교감도 중요하지만 관객과 등장인물의 교감이 가장 중요했어요. 원인을 제공하는 극한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고립이에요. 인간의 내면, 즉 ‘진짜 모습을 끄집어 내 관객들이 쉽게 몰입하고 이 상황을 함께 체험하도록 하고 싶었어요.”
하정우와는 두 번째 호흡. 김 감독은 서로 뜻이 맞아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된 것 같다. 주연배우와 감독 관계보다는 같이 일하는 동료, 선후배 사이”라며 감독의 롤, 배우의 롤을 굳이 나눠서 생각하기 보단 모든 걸 열어놓은 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며 작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작자 하정우, 배우 하정우의 차이는 없다. 종종 그런 질문을 받긴 하지만 별반 다를 게 없다. 내게 있어선 ‘더 테러 라이브와 똑같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연 이선균에 대해서는 ‘끝까지 간다 감독과 친분이 있어 자주 만나긴 했는데 영화 작업을 함께 하긴 처음이다. 동네 공부 잘하는 형 같은 느낌이었다. 준비를 열심히 해오고 정확하고 계산적으로 짚고 침착하다”고 했다.
제 머릿 속에 모든 게 다 계산 돼 있진 않아요. 실행하다보면 ‘이게 아니었구나에 직면하는 순간도 있고, 그럴 때 어리둥절해 하면 이선균이 메모를 주거나 함께 고민하면서 풀어갔어요. 이런 부분까지 훨씬 더 치열하게 연구하는 모습에 놀라웠고, 고마웠죠. 신세를 많이 지고 있어요.(웃음)”
실험적인 요소가 많은 만큼 관객들의 반응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새롭다는 평가와 동시에 어렵다는 의견도 공존한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다. 어떤 평가든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다. 확실한 건 절대 대충대충 찍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더 강하게 든다는 점이다. 관객들이 평론가 수준으로 분석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미련은 남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이상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웃음) 원래 작품이 끝나고 나면 어떤 의미로든 아쉬움이 남는 법인데 다 쏟아부어서 그런지…. (호불호가 갈릴 순 있겠지만) 새롭고 생생한 체험을 전달한다는 면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이 함께 지하벙커에 갇혔다가 어렵게 탈출하는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그런 재미를, 스릴을, 긴장감을 마음껏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하정우, 이선균, 제니퍼 엘 등이 출연한 ‘PMC: 더 벙커는 지난 26일 개봉, 극장 상영 중이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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