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교폭력, 1주일에 300만원으로 해결?
입력 2018-12-24 16:05 
교육부가 지난 8월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초·중·고교생 339만 명 대상),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학생은 5만 명으로 드러났다. 최근엔 학교폭력 관련 업무만 전담으로 맡아 해결하는 학교폭력 전문 심부름업체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폭력이 없어도 협박죄 등 위법의 소지가 ...

"학교폭력 증거수집, 동행 서비스 가능한가요?"
"네, 1주일 기준 300만 원입니다."
서울 소재 한 심부름센터와의 카톡 상담 내용의 일부다. 오픈 채팅을 통해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의뢰하자 거주 지역을 묻더니 1주일에 300만 원이라는 답이 단번에 떨어졌다. 또 다른 업체는 등하교 동행 서비스에 일당 15만 원을 제시했다. 이외 업체들도 학교폭력 업무가 익숙한 듯 문의 사항에 즉각 답변했다. 비용과 방식은 모두 대동소이했다. 건장한 성인이 학교폭력 피해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해자들에게 일종의 공포심을 심어주고, 그를 통해 자연스레 폭력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요지였다.
심부름센터, 이른바 흥신소가 학교폭력 증거를 대신 수집해주고, 등하굣길에 동행하는 서비스는 흥신소의 대표 업무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심지어 최근에는 학교폭력 관련 업무만 전담으로 맡아 해결해주는 '학교폭력 전문 심부름업체'도 등장했다. 이들 업체는 증거수집, 동행은 물론 가해 학생을 직접 찾아가 선도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법까지 동원한다. 필요한 경우 SNS에 가해 학생의 폭력 행위와 신상을 고발하고, 가해 학생 부모에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비용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중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학교폭력 전문 심부름업체가 소개된 한 커뮤니티 글의 댓글을 보면 "요즘 학생들 경찰이라고 겁먹는 일도 없는데 위협적인 성인 한 명이 동행해주는 게 더 효과적일 듯",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이런 업체도 생기는구나" 등의 반응이 올라와 있다.
학교폭력의 해결을 해결 주체인 학교가 아닌 사설 업체에 맡기는 신풍속도는 공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생 399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8월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5만 명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피해 학생들은 학교폭력 피해 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 '2018 아동 인권 보고대회'에서 보고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 피해 후 어떤 도움이나 조치를 받았는지에 관한 질문에 "아무런 도움도 없었다"는 응답이 38.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흥신소를 비롯한 학교폭력 전문 심부름업체들은 학교폭력 해결 과정에 불법의 소지는 전혀 없다고 설명한다. 직접적인 폭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업무 내용에 따라 불법의 요소가 충분히 존재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법무법인 현재의 전수민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는 "심부름업체의 행위에 따라 협박죄나 폭행죄 등이 성립할 소지가 있고, 의뢰인 또한 교사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타인의 법률 사무를 대리한다는 점에서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변호사는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심부름센터가 성업한다는 게 제도나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 등 학교 대책만으로는 법적인 해결이 안 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것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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