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관들, 배당ETF·바이오株 쓸어담았다
입력 2018-12-23 17:24  | 수정 2018-12-23 21:11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 행렬을 펼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연말 배당시즌을 맞아 배당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매수를 늘리고 있다. 기관들은 순매도를 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호재를 기다리고 있는 바이오업종은 선별 매수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코덱스 MSCI 코리아 TR를 6803억원, 타이거 MSCI 코리아 TR를 3882억원어치 순매수해 TR ETF가 기관 전체 순매수 종목 1, 2위를 다퉜다. TR(Total Return) ETF가 추종하는 TR 인덱스는 구성 종목의 가격 변동과 배당 수익을 반영한 지수로, 배당을 분배하지 않고 재투자한 총성과를 나타낸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1팀장은 "TR ETF는 4월에 들어오는 배당을 나눠주지 않고 배당소득세 없이 그대로 투자하기 때문에 장기로 투자할 때 배당소득세를 절약해 얻는 복리효과가 크다"며 "그동안 코스피200을 추종한 ETF에 주로 투자하던 기관투자가들도 배당투자 매력에 TR ETF 매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기금과 국가·지자체는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아리랑 고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를 503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ETF는 연기금 등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종목에서 3위를 차지했다. 또 보험은 코덱스 코스피에 이어 코덱스 200TR를 102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악재가 많이 반영된 상태라서 지수 상승을 염두에 둔 매수가 나타날 수 있고, 이에 더해 TR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사들이는 것은 연말 배당을 감안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TR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배당만큼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일반 지수 추종 상품보다 비싼 편이라 투자 전략 측면에서 크게 유효한 수익률을 누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김 센터장은 "금융투자가 TR 지수를 추종하는 ETF 매수에 나선 것은 배당에 대한 기대가 크다기보단 주가연계증권(ELS)이나 구조화 상품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파생상품을 팔기 위해선 기초자산 포지션을 잡아야 하는데 이를 위한 매수일 수 있고, 프로그램 매매라든지 차익거래가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조26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순매수가 높게 나타난 이유는 기관 중 금융투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원 넘게 순매수를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7600억원, 56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들은 내년 주가 상승 호재가 있는 바이오 업종들을 적극 사들였다. 이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 순매수 순위 10위 중 7개 종목은 모두 바이오 업종이었다. 기관투자가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신라젠으로 307억원 매수우위를 보였으며, 에스티큐브를 247억원, 바이로메드를 241억원, 에이치엘비를 174억원 순매수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신흥국 증시로 자금이 몰리면서 코스닥 시장에서도 기관투자가들이 시가총액이 큰 바이오주를 위주로 담고 있다"면서 "헬스케어 기업들의 최대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내년 1월의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앞두고 참여 기업들 위주로 매수가 진행되고 주가도 올랐다"고 말했다.
아예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지분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사례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들어 인트론바이오 지분을 6.29%에서 6.38%로 올렸으며 대한약품 지분도 4.96%에서 5%로 올렸다. 파인밸류자산운용은 전진바이오팜 지분 8.81%를 신규로 매입하기도 했다.
그동안 회계 처리 이슈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바이오업종에 대해 기관들이 다시 활발하게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유는 내년 상반기 주요 파이프 라인의 임상3상 발표 등 여러 이벤트로 바이오업종의 가치가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제넥신, 신라젠, 바이로메드 등의 제약·바이오 업종들의 주요 연구개발 투자 결과물이 내년 상반기 중 임상3상 결과 등으로 발표된다.
[김제림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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