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저(低)신용자들을 위한 정책 서민금융 상품이 만들어진다. 채무조정제도는 채무자 중심으로 개편돼 채무 감면이 더 쉬워진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금융 지원 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최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개편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저신용 한계차주에게 '정책서민금융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변제 능력을 잃은 한계차주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보다 다양하게 마련했다는 점이다. 먼저 대부업체나 불법사채 등을 이용하는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 지원을 위해 연간 1조원을 투입해 '긴급생계·대환자금'을 만든다. 금리는 연 10% 중후반대가 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저신용자를 직접 지원할 뿐 아니라 대부업체 등을 긴장시켜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올해 7조원 수준이었던 정책금융 대출 규모는 내년엔 최대 8조원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더불어 금융위는 중신용자(신용등급 4 ~6등급) 위주로 이뤄지는 서민금융 지원 체계를 저신용자 중심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를 순차적으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현재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주요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는 10% 내외다. 금융위는 이 상품들의 금리를 장기적으로 10% 중반대까지 올림과 동시에 민간 금융사들이 연 금리 10% 내외의 중금리 상품을 출시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정책금융 상품 이용자 상당수가 민간 금융사가 만든,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중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용자들이 민간 대출 상품으로 이동하면 정책금융 상품 재원은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만든 여유 재원을 저신용자 지원에 투입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신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정책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중신용자들은 민간 금융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중신용자들을 민간 금융시장으로 유도하려는 이유로 '도덕적 해이'를 꼽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금융이 금리가 낮다 보니 필요 없는 돈을 빌리거나 성실히 돈을 갚아 제도권 금융으로 복귀하려는 노력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올해 3조4000억원 수준인 민간 금융사의 중금리 대출 규모가 내년 약 7조9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정도라면 현재 정부가 중신용자에게 공급하는 정책금융자금이 한꺼번에 이탈해도 큰 타격이 없는 수준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10월부터 가계 대출총량규제에서 중금리 대출이 빠지면서 금융사의 중금리 대출 공급이 늘었다"며 "10월 한 달간 저축은행이 취급한 신규 중금리 대출만 약 3000억원"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책금융 상품 기금이 바닥나지 않도록 은행 등 전 금융업권으로 기금 출연을 확대하고 연 2000억~3000억원 수준을 상시 출연하도록 한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소엔 이익을 많이 남기는 이자 장사한다고 비난하면서 급할 때면 매번 도와달라고 손을 벌린다"고 지적했다.
빌린 돈을 못 갚게 된 한계차주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신용 회복 지원 제도도 손본다. 이 가운데서는 '상시 채무조정제도'가 가장 눈에 띈다. 지금과 달리 연체가 곧 발생할 것 같거나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도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점을 신용 회복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본격적인 연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자는 취지다. 연체가 시작된 이후에도 최대 채무 감면율을 현행 60%에서 70%로 상향하고, 미상각 채권을 감면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차주가 더 빨리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1000만원 이하 소액 채무자를 위한 '특별 감면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이는 작년부터 한시적으로 추진 중인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자에 대한 채무 감면을 상시화하는 것이다. 소득수준이 낮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1000만원 이하 소액 채무자에 대해 3년 동안 소득 범위에서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면 남은 채무는 면제해주는 제도다.
또 통신 채무 등 비금융 채무에 대한 채무조정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정책 서민금융 상품을 연체한 사람도 적극적인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채무조정제도는 "채무자들의 상환 의지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채무를 감면받은 채무자가 다음번에 또 채무를 갚지 못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융위원회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금융 지원 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최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개편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저신용 한계차주에게 '정책서민금융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변제 능력을 잃은 한계차주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보다 다양하게 마련했다는 점이다. 먼저 대부업체나 불법사채 등을 이용하는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 지원을 위해 연간 1조원을 투입해 '긴급생계·대환자금'을 만든다. 금리는 연 10% 중후반대가 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저신용자를 직접 지원할 뿐 아니라 대부업체 등을 긴장시켜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올해 7조원 수준이었던 정책금융 대출 규모는 내년엔 최대 8조원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더불어 금융위는 중신용자(신용등급 4 ~6등급) 위주로 이뤄지는 서민금융 지원 체계를 저신용자 중심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를 순차적으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현재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주요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는 10% 내외다. 금융위는 이 상품들의 금리를 장기적으로 10% 중반대까지 올림과 동시에 민간 금융사들이 연 금리 10% 내외의 중금리 상품을 출시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정책금융 상품 이용자 상당수가 민간 금융사가 만든,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중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용자들이 민간 대출 상품으로 이동하면 정책금융 상품 재원은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만든 여유 재원을 저신용자 지원에 투입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신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정책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중신용자들은 민간 금융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중신용자들을 민간 금융시장으로 유도하려는 이유로 '도덕적 해이'를 꼽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금융이 금리가 낮다 보니 필요 없는 돈을 빌리거나 성실히 돈을 갚아 제도권 금융으로 복귀하려는 노력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올해 3조4000억원 수준인 민간 금융사의 중금리 대출 규모가 내년 약 7조9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정도라면 현재 정부가 중신용자에게 공급하는 정책금융자금이 한꺼번에 이탈해도 큰 타격이 없는 수준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10월부터 가계 대출총량규제에서 중금리 대출이 빠지면서 금융사의 중금리 대출 공급이 늘었다"며 "10월 한 달간 저축은행이 취급한 신규 중금리 대출만 약 3000억원"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책금융 상품 기금이 바닥나지 않도록 은행 등 전 금융업권으로 기금 출연을 확대하고 연 2000억~3000억원 수준을 상시 출연하도록 한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소엔 이익을 많이 남기는 이자 장사한다고 비난하면서 급할 때면 매번 도와달라고 손을 벌린다"고 지적했다.
빌린 돈을 못 갚게 된 한계차주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신용 회복 지원 제도도 손본다. 이 가운데서는 '상시 채무조정제도'가 가장 눈에 띈다. 지금과 달리 연체가 곧 발생할 것 같거나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도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점을 신용 회복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본격적인 연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자는 취지다. 연체가 시작된 이후에도 최대 채무 감면율을 현행 60%에서 70%로 상향하고, 미상각 채권을 감면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차주가 더 빨리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1000만원 이하 소액 채무자를 위한 '특별 감면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이는 작년부터 한시적으로 추진 중인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자에 대한 채무 감면을 상시화하는 것이다. 소득수준이 낮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1000만원 이하 소액 채무자에 대해 3년 동안 소득 범위에서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면 남은 채무는 면제해주는 제도다.
또 통신 채무 등 비금융 채무에 대한 채무조정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정책 서민금융 상품을 연체한 사람도 적극적인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채무조정제도는 "채무자들의 상환 의지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채무를 감면받은 채무자가 다음번에 또 채무를 갚지 못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