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특허청 "현대차가 중소기업 기술 탈취… 기술 개발 중지" 권고
입력 2018-12-20 14:53  | 수정 2018-12-20 17:45

현대자동차가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관련 기술 개발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의 아이디어 탈취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부정경쟁방지법(부경법)'이 개정된 뒤 정부가 기술·아이디어 탈취로 결론 내린 첫 사례다.
특허청은 20일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제거 전문업체인 비제이씨의 아이디어를 탈취한 현대자동차에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경법)'에 따라 "법 위반에 따른 비제이씨의 피해를 배상하고, 비제이씨의 미생물제와 실험결과를 도용해 개발한 미생물제의 생산·사용 중지 및 폐기"를 권고했다. 산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아이디어 탈취에 대한 법이 강화됨으로써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 보호가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허청은 현대차가 비제이씨가 수행한 미생물제 및 악취저감 실험 결과를 동의없이 경북대에 전달해 새로운 미생물제를 개발토록 했다고 판단했다. 현대차와 경북대는 이 미생물제에 대해 공동특허를 등록한 뒤 현대자동차 공장 도장부스에서 사용했다. 특허청은 이같은 행위가 아이디어 탈취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허청은 악취저감 실험에 사용된 비제이씨의 미생물제는 비제이씨가 현대차 공장에 적합하도록 맞춤형으로 주문제조된 제품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다른 제품과 미생물 구성 및 용도가 전혀 다르다고 봤다. 비제이씨가 이 제품을 배양하고 현대차 도장공장 환경에 적합한 실험을 거친 뒤 현대차에 공급한 만큼 비제이씨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직접된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비제이씨는 실험을 통해 현대차 도장공장의 악취 원인이 휘발성 유기화합물 외에 다른 물질 때문이라고 밝혀냈다. 이후 현대차는 이같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경북대와 산학연구를 통헤 새로운 미생물제를 개발했고 2004년부터 비제이씨와 맺어왔던 미생물제에 대한 거래관계를 2015년 5월에 중단했다. 현대차는 이후 이같은 연구결과를 반영한 새로운 미생물제 납품을 위해 입찰을 했고 비제이씨가 아닌 다른 업체가 선정됐다. 이에 비제이씨는 "현대차에 악취 제거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했는데 현대차가 이를 이용해 경북대와 특허를 출원했고 합리적 이유 없이 거래를 끊었다"며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손해 10억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올해 초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현재 비제이씨는 항소한 상태다. 특허청 관계자는 "하도급법과 공정관리법에는 이같은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법이 불충분했다"며 "특허청의 이번 권고는 재판의 증거자료로 제출이 가능할 뿐 아니라 개정된 부경법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특허청이 현대차가 중소기업 악취 제거기술을 탈취했다고 결론 내리고 시정 권고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반발했다.현대차는 2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비제이씨 측의 아이디어를 부정 사용하지 않았으며 이를 법원이 인정해 비제이씨와의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라며 "시정권고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기술탈취와 특허 관련 민사소송 1심에서 승소했는데, 특허청이 배치된 판정을 내놓은 만큼 시정 권고 사유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함석천 부장판사)는 1월 19일 비제이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에게 제공한 자료는 업계에 알려진 일반적인 수준에 해당하거나 원고가 피고와의 거래를 위해 이미 피고에게 제공했던 자료"라며 하도급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현대차가 경북대 협력단과 공동 연구를 해 새로운 원인 물질을 찾아 특허 등록을 한 것이라며 현대차는 비제이씨에 문제 개선 기회를 줬고 입찰 기회도 부여한 만큼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원호섭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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