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무죄확정 전까지 바로투자證 대주주 못돼
입력 2018-12-19 17:29  | 수정 2018-12-19 20:11
"벌금 1억원의 약식기소가 증권, 은행, 카드 등 금융업 진출 전략을 물거품으로 만든 셈입니다. 당장 바로투자증권 인수도 문제지만 은산 분리 완화 혜택을 볼 수 있는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 1대 주주 등극 계획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인수·합병(M&A)전문 A변호사는 검찰의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대한 약식기소 결정을 이렇게 정리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는 금융 관련 범죄로서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심사 때 핵심 판단 사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 전략은 카카오뱅크의 1대 주주 등극을 통한 은행업 진출과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통한 증권업 진출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 검찰 기소 사건으로 인해 두 전략이 모두 막힐 위기에 처했다. A변호사는 "카카오가 기존 금융사나 금융지주사였다면 추가로 인수하는 증권사나 은행은 다소 간단한 편입심사만 통과하면 되지만 처음으로 금융사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대주주적격성심사에서는 최대주주의 범죄 경력과 주요 주주 내역까지 다 보게 된다"며 "예컨대 편입심사는 인수 주체인 회사 정도만 심사하지만 첫 금융사 인수일 때는 법인이 아닌 최대주주가 나올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심사를 하는 만큼 김범수 의장 상황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를 통한 바로투자증권 인수안 통과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간편 결제 서비스로 발생하고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자산관리와 같은 금융 서비스를 다각적으로 넓힐 예정이었다. 지난달 P2P금융 상품 판매에 이어 핀테크 영역 경쟁사인 토스가 시작한 펀드 판매 등에도 나설 수 있었다. 단순한 결제를 넘어 카카오톡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중국 알리페이와 협력해 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도 이미 마련한 상태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2017년 2월 글로벌 결제 플랫폼 중국 알리페이 모회사 앤트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에서 2억달러 투자를 유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바로투자증권 인수는 이 같은 전략을 실현할 중요한 단계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린 셈이다.

또 카카오뱅크 1대 주주 등극 계획도 힘들어졌다. 카카오는 현재 한국금융지주(지분 58%)에 이어 카카오뱅크 지분 10%(보통주 기준)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은산 분리 완화안이 통과되면서 내년 1월 17일 부터 비금융 주력 계열사의 은행 지분 확대가 가능해졌다. 특히 카카오는 한국금융지주와 콜옵션 계약을 체결해 지분을 액면가(500원)에 30%까지 사들일 수 있고, 한국금융지주는 '30%-1'주로 2대 주주 이하로 줄이면서 경영권을 카카오에 내준다는 약속을 했다. 카카오는 콜옵션을 실행하고 금융당국에서 대주주 변경 승인만 받으면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지분평가 차익과 함께 은행업을 본격적으로 영위할 수 있었다.
결국 이번 검찰 기소 사태로 인해 눈앞에 뒀던 증권·은행 진출은 당분간 어렵게 됐다. 이 밖에도 증권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카드사 매물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져 왔다.
현재 국민카드와 협업해 공급하던 체크카드를 넘어 카카오 브랜드를 활용한 자체 체크카드·신용카드사업을 할 수 있다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금융당국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M&A 시장에 참여하기는 어려워졌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매각자로서는 인수·합병 완성을 위해 매입자가 아무리 높은 금액을 부르더라도 계약 성사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카카오에 대한 금융사 딜은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카카오가 계획했던 투자를 줄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카카오 전체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김범수 의장에게 문제가 생긴 만큼 기업 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유승창 KB증권 금융지주팀장은 "대주주 자격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향후 행보를 이어가거나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재판이 진행되면 투자에 나서는 일이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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