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감생활을 마치고 경영에 복귀한 후 처음 단행한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차세대 인재로의 세대 교체'였다. 그 동안 신 회장은 대내외 환경적 요인으로 조직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실시해 왔다. 그러나 올해 과감히 경영진의 세대 교체를 단행함으로써 조직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한편 '뉴 롯데' 건설을 위해 변화를 적극 모색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 그룹 4개 축 가운데 '화학·식품' BU장 교체
19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그룹의 4개 축을 이루는 화학·유통·식품·호텔&서비스 BU(Business Unit·사업부문)장 중 화학과 식품의 BU장이 교체됐다. 이는 그룹의 공식 인사가 나기 전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그룹 부회장급인 BU장부터 줄줄이 바뀌면서 계열사별 CEO를 비롯한 후임인선에 따른 임직원들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롯데 화학사업을 새롭게 총괄하게 된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롯데 내 해외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1984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2017년부터 롯데케미칼 대표를 맡아왔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LC타이탄 인수 뿐 아니라 지난해 말레이시아 증시 상장을 주도한 업적을 높게 평가받았다.
김 신임 화학BU장은 뛰어난 해외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내년 초에는 3조원 이상을 투자한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고 인도네이사에서는 4조원을 투입한 복합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신임 대표로는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이 내정됐다. 임병연 대표 내정자는 1989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신규사업,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정책본부 국제실, 롯데미래전략센터장,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을 거쳐 2017년부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을 맡아왔다.
신임 식품BU장인 롯데푸드 이영호 사장은 1983년 롯데칠성음료로 입사해 생산, 영업, 마케팅 등 거의 전 분야를 두루 거쳤으며 2012년부터 롯데푸드 대표를 역임했다.
롯데푸드의 신임 대표로는 현재 홈푸드 사업본부장인 조경수 부사장이 맡게 됐다. 조경수 신임 대표는 1986년 롯데제과로 입사했으며 2009년 롯데푸드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 파스퇴르 사업 등을 맡아왔다.
BU장 및 위원장 등 그룹 고위 경영진의 변동으로 롯데지주의 실장급도 이동을 했다. 가치경영실은 경영전략실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HR혁신실 윤종민 사장이 경영전략실장으로 선임됐다. 경영개선실장에는 롯데물산 대표 박현철 부사장이, HR혁신실장에는 롯데케미칼 폴리머사업본부장 정부옥 부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 주요 계열사 대표 이사 변동 "조직의 변화와 혁신 기대"
고위 경영진의 변동과 함께 각 사업부문별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에 대비하기 위해 주요 회사들의 대표들이 새롭게 선임됐다.
롯데칠성음료 주류BG 대표로는 롯데아사히 대표를 지냈던 김태환 해외부문장이, 롯데렌탈의 신임 대표에는 이훈기 오토렌탈본부장이 선임됐다. 이훈기 신임대표는 기획과 신규사업 전문가로, 롯데케미칼과 LC타이탄 대표를 거쳤으며 2015년 롯데렌탈 인수시 합류하여 기획과 영업 분야에서 근무해왔다.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로는 이갑 대홍기획 대표가 내정됐다. 이갑 내정자는 상품, 마케팅, 기획 전문가로 롯데백화점과 롯데정책본부를 거쳐 2016년부터 대홍기획을 이끌어왔다. 대홍기획의 신임 대표로는 홍성현 어카운트솔루션 본부장이 선임됐다. 홍성현 신임 대표는 대홍기획 AE 출신 광고전문가로서 최근 8년간 어카운트솔루션본부장을 맡아왔다.
롯데캐피탈 신임 대표로는 고정욱 롯데캐피탈 영업2본부장이 대표로 선임됐다.고정욱 신임대표는 롯데캐피탈 경영전략본부장, RM본부장, 영업2본부장을 두루 거친 캐피탈 업계 전문가이다.
매각을 앞둔 롯데카드는 조직 안정을 위해 현행 체제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2017년 대표 부임 후 수익성 중심 경영과 미래사업을 추진해온 점을 인정받아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차세대 인재로의 세대교체와 질적 성장 중심의 성과주의 인사로 요약된다"며 "대외 환경이 급변하고 시장경쟁이 심화되는 등의 상황 속에서 지속성장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려면 그룹 전체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판단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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