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실감세대`의 탄생…2030 지갑은 `오감` 충족될 때 열린다
입력 2018-12-19 15:11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19년을 주도할 밀레니얼 세대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실감세대`를 꼽았다. 시각, 청각의 2차원적 자극에 질린 2030세대가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실감 나는 오프라인 체험에 열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대학생 김동진 씨(25)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퀸망진창'(퀸과 엉망진창을 합친 신조어)이라고 부른다. 록 그룹 퀸을 다루며 8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때문이다. 퀸 세대가 아닌 20대의 그가 퀸에 푹 빠지게 된 건 관객들이 영화 속 노래를 떼창하는 싱어롱 상영을 경험한 후였다. 김 씨는 "가만히 앉아서 영화를 보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 영화관에서 노래를 부르고, 일어나 춤을 춘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20·30대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싱어롱 상영관이 있는 메가박스 코엑스점과 CGV 영등포점에는 애칭까지 붙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 열렸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의 이름을 따 코엑스 상영관은 '코블리', 영등포 상영관은 '웸등포'로 불린다. 실제로 이들 상영관은 영화 개봉 8주가 지난 지금까지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뒷심을 발휘 중이다.
싱어롱 상영의 성공 요인은 보고 듣기만 하는 단순한 체험에서 벗어나 실감 나는 경험을 제공한 데 있다. 특히 오감을 충족하는 경험에 지갑을 여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의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바탕으로 이들을 '실감세대'로 규정했다. 연구소는 2019년 밀레니얼 세대는 더 크고 많은 자극을 느낄 수 있는 오프라인 체험에 열광할 것으로 전망했다. 눈과 귀만을 만족시키는 온·오프라인 상의 '겉핥기식' 경험에 지친 20·30세대가 이제 모든 감각을 동원해야 하는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핵심으로 '신기성 효과'(novelty effect)를 꼽았다. 신기성 효과란 처음 접하거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에 호기심을 느끼고 집중하는 경향을 뜻한다. 곽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가 어릴 적부터 디지털기기에 노출돼 왔기 때문에 이제 시청각적 자극을 식상하게 느끼는 것"이라며 "SNS 등도 젊은 층에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한 달 살기' 여행이 실감세대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한 달 살기 여행은 한 곳에 정착해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개념의 새로운 여행방식이다. 단순히 관광지를 돌아보고, 유명 맛집에 들르는 여행을 넘어 A부터 Z까지 실감 나는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여행 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 달 살기 여행 수요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 증가하기도 했다. 최근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하고 온 김지형 씨(23)는 "모두가 다 가는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행에 큰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며 "생생한 체험, 직접 부딪히는 경험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이 한 달 살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VR, 방탈출 등으로 대표되는 체험형 카페나 이미지 사진을 직접 찍을 수 있는 셀프 스튜디오 등이 실감세대의 취향을 조준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 아이템이다.
국내 인구의 21.7%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2020년을 기점으로 X세대(1968년을 전후해 태어난 세대)의 구매력을 추월해 적어도 2035년까지는 최대 소비층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소비 환경은 물론 경제 지형까지 뒤바꾸게 될 신인류의 성장으로 '밀레니얼 세대 잡기'가 기업들의 새로운 생존전략이 됐다. 이에 최근에는 실감세대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좇아 밀레니얼 세대 맞춤형 마케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서식품이 이태원에 마련한 오프라인 커피숍 '맥심 플랜트'가 좋은 예다. 맥심 플랜트에는 '공감각 커피'라는 메뉴가 준비돼 있다. 공감각 커피를 주문한 뒤 스마트 패드를 이용한 짧은 취향 조사를 마치면 24개 원두 중 하나를 추천해준다. 여기서 특별한 점은 원두와 어울리는 음악과 시, 글귀 등이 함께 제공된다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며 추천받은 시를 읽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말 그대로 공감각적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곽 교수는 "그 어떤 세대보다 빠른 변화에 익숙해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기업의 마케팅이 속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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